도 넘은 저품격 드라마…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탓
“시청자, 연기자, 방송 작가에게 신뢰를 주는 방송사 돼야”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한때 시어머니였던 이가 내 며느리가 되고 TV를 보다가 너무 웃어서 죽는 등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저품격 드라마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아무리 드라마라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저품격 드라마는 전파를 타고 우리 안방에 방영되고 있다. 이는 결국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월 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학회와 공동으로 ‘저품격 드라마의 공적 책임 회피현상과 개선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저품격 드라마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열악한 방송 시스템에서 빠르게 시청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효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어, 방송사에서 쉬운 선택으로 저품격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것이다.

유균 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면 그 이윤은 방송사에 돌아간다. 방송사가 반성하고 심각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방송사의 세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사와 함께 이윤을 얻는 제작사와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윤을 얻으며 공적 책임이 있는 방송사 탓이 가장 크다는 주장이다.

이에 저품격 드라마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자정 활동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정 경기대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심의규정 위반 드라마에 대해 강력한 심의 제재를 가하고 방송평가 항목에 별도 항목을 신설해 재허가에 반영해야 한다. 반면 고품격 드라마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청률만이 아니라 작품성으로 제재와 보상을 나눠 방송사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금림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 제작비 중 출연료의 비중이 큰데 일본의 NHK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출연료가 적음에도 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방송사가 가지는 신뢰 때문”이라며 “정말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시청자와 연기자, 방송 작가에게 이 방송사의 드라마는 믿을 수 있다는 깊은 신뢰를 주는 방송사가 되길 바란다”고 방송사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노동렬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저품격 드라마가 특히 일일 드라마에 많은 점을 지적하며 6개월 이상의 긴 편성 기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6개월 이상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에서 고품격의 창의적 스토리가 장시간 개발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현재 180회 정도인 일일 드라마를 60회 정도로 편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기가 짧아지면 이야기를 억지로 끌지 않아도 돼 보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