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육감’ 아닌‘ 서울시 교육감’돼야
/최 민 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교육연구원
지난 7월 30일, 서울시민들은 보수 성향의 공정택 후보를 서울시 교육감으로 선출했다. 직선제로 바뀐 후 첫 서울시 선거였건만, 전체 투표율은 15.4%. 올해 치러진 시․도교육감 선거 중 최악의 기록이다. 선관위가 기대한 30%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장 최근인 7월 23일 치룬 전북교육감 선거 투표율 21%에도 비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공 당선자와 박빙의 승부를 낸 주경복 후보와의 지지율은 불과 1.7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 당선자의 지지율은 40.09%(49만 9천 254표), 주 후보는 38.31%(47만 7천 201표)다. 주 후보가 고작 2만2053표 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주 후보는 서울지역 25개 구 중에서 17개 구에서 승리했다. 즉, 공 당선자가 주 후보를 앞지른 지역구는 8개뿐이다.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어느 한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자정을 넘기기 전까지 1% 내의 접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스포츠 경기를 보듯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공 당선자의 지지율이 주 후보보다 앞서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지역구는 강남, 서초, 송파. 강남구에서는 공 당선자 지지율(61.14%)이 주 후보 지지율(22.62%)의 세 배 가까이 됐으며, 서초구 지지율도 59.02%로, 주 후보 지지율(24.32%)을 두 배 넘게 앞섰다. 강동구와 송파구에서도 공 당선자는 주 후보를 15~17% 포인트 앞섰다. 지지율 차이가 2~3% 포인트 이내인 다른 지역구들과 대비된다. 게다가 강남, 서초, 송파는 전체 투표율 15.4%에 비해 월등히 높은 투표율(각각 19.2%, 19.6%, 16.6%)을 기록했다.
결국 주 후보와 공 당선자의 표차는 강남, 서초, 송파에서만 무려 6만여 표차로, 이는 전체 2만여 표차의 세 배다. ‘보수’의 대표주자이자 기존 교육감이었던 공 당선자와 달리 ‘촛불후보’로 ‘진보’를 표방하던 주 후보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다. 주 후보는 공 당선자의 정책과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했다. 그런 주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학력신장’과 ‘경쟁’을 최우선시 하는 공 당선자의 교육 철학에 대해 ‘레드카드’는 아니어도 ‘옐로우카드’를 꺼내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평등’ 보다 ‘경쟁’이었다며 설레발이다. 실제 공 당선자는 "세계 선진국과의 교육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서울 교육은 지금처럼 경쟁체제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강남의 ‘빅3’ 지역구에서 공 당선자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주거환경연구원이 강남지역 4개구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거주 5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남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 때문(29.2%)’였다. ‘재산증식 효과 때문’은 뜻밖에도 2.0%에 불과했다. 특히 중고생 자녀를 둔 가구는 56.5%가 ‘교육 때문’에 강남에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강남이 높은 부동산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진입해야 하는 ‘교육특구’가 된 것은 그곳에 질 높은 사교육 시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터를 잡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값비싼 사교육을 시키며 특목고 진학을 준비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특목고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다.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퍼진 “초등학교 4학년 때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은 이런 현실에 기초한다. 두 가지 근거를 살펴보자.
근거 1>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기준 서울시내 5,911개 입시․보습학원 중 강남구 676개(11.4%)를 비롯, 상위 6개 자치구에 전체 46.7%인 2,758개 학원이 몰려있었다. 송파구 502개(8.5%), 양천구 495개(8.4%), 노원구 391개(6.6%), 강동구 367개(6.4%), 서초구 318개(5.4%)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외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 순서와 거의 유사하다.
근거 2> 2006학년도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 현황을 보면, 대원외고 65명을 비롯해 외고 졸업생의 서울대 합격자는 총 226명에 달했다. 이는 서울대 총 입학생의 6.7%. 2007년도 외고 출신 합격자는 221명 수준으로 그 비율이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결국 정리하면, ‘강남 ‘빅3’ 지역구 거주 → 질 높은 사교육 혜택 → 특목고 진학 →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실은 강남 지역에서 공 당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공 당선자는 25개 지역구를 대표하는 서울시교육감이다. 임기 끝날 때까지 ‘강남교육감’으로 불리지 않으려면 강남 외의 지역구에서 정책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소수의 강남 주민이 아닌 다수의 서울 시민을 위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수의 서울 시민은 막대한 사교육비를 자녀에게 투자할 경제력을 기반으로 ‘경쟁’을 내세울 수 있는 강남 주민과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공 당선자는 기다렸다는 듯 자사고·국제중 설립, 학교선택제 실시, 영어공교육 강화 등 시장주의적 교육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공정택 효과’를 기대하는 사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선 다음 날인 31일부터 에듀박스, YBM시사닷컴, 엘림에듀 등 교육주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 당선자의 공약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공 당선자의 남은 임기는 1년 10개월. 공 당선자는 당선된 지 100일도 채 안 돼 ‘미친소, 미친교육’을 반대하는 촛불이 광화문을 가득 메우게 한 이명박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