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이 지난 4일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사장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을 받고 베이징올림픽 기념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6일 4박5일 일정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검찰의 이번 조치로 정 사장을 해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집념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정 사장의 베이징 방문이 무산된 정치적 배경을 모를 리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검찰의 정 사장 출국금지는 ‘감사원 발표-검찰 기소-정 사장 해임’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며 “방송장악에 몸이 달아 염치고 체면이고 다 던져버린 모습”이라고 반발했다. 또 “끝내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축출, KBS 장악’을 밀어붙인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고 경고 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현 정부의 KBS에 대한 유례없는 특별감사, 검찰 조치 등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5백 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은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 광장 토론회를 열었다. 성유보 범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신태섭 전 KBS 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의 방송장악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고 있으며 실제화 된 미디어 정책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촛불만으로 방송 언론의 공공성을 지킬 수 없다며 “야당과 함께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법제화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영란 운영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은 사상을 초월할 정도며 이미 여러 사안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운영위원장은 “공영방송 KBS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실천해야 할 사회 공공재이고 국민이 주인으로서, 국민이 지켜야할 방송”이라고 말했다.
신태섭 전 KBS 이사는 “일부 언론의 ‘KBS 2003년 이후 누적적자 1,500억원’의 보도는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이사는 “5년 동안의 적자액을 합산하고 여기에 2008년 예상적자액까지 포함해 부실경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KBS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 조사되고 4년 연속 방송위원회 대상 수상, 5년 연속 한국방송대상 대상 수상 등 지난 5년간 KBS 프로그램의 공영성과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