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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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

공영방송은 역사적 산물로 통상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형성, 발전한다.

첫째, 공영방송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공영방송의 존재가 사회제도적으로 확고하게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
둘째, 중산층, 서민층, 노동자들이 공영방송을 지지하고 수호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여당을 비롯한 집권층이 공공성, 공익성을 지배적 이념으로 인정하고, 이에 뿌리를 둔 공영방송을 포용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구가 공공성-공익성에 대한 확고한 이념적 의지를 갖고 있고, 독립적으로 조직, 운영되어야 한다.
넷째, 야당이 공영방송을 확실히 지지를 해야 한다.
다섯째, 공영방송 종사자와 경영진이 공공성 이념에 충실하고,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여섯째, 자본주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해서 다른 기업이나 미디어가 굳이 공영방송에 간섭하거나 손에 넣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야 한다.
이런 환경적 여건이 충족되고, 다음과 같은 제도적 요소를 충족시켜야 비로소 공영방송이라고 칭할 수 있다.

– 공적 소유
– 공적 재정
– 공공 서비스
– 공적 규제와 국민 참여
– 독립성, 다양성, 공정성, 지역성
– 품질

이것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공영방송은 순수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공영방송의 성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단연코 공적 소유다. 어떤 사회건 소유권이나 소유구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공적 재정도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요소지만 공적 소유보다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첫째는 민주적 여론 형성기능이다. 공영방송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민주적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사회의 민주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여론, 대립적 시각을 적극 알리고, 수용자에게 문화적 선택의 폭을 넓혀서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것이 공영방송에게 부여된 과제다. 그러나 KBS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비판을 받는다.

둘째 공영방송은 양극화를 비판하고, 약자의 이익을 강력히 대변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의견, 이익, 정서가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태생적으로 부여된 기능이다.

셋째 다양한 성격의 지식과 문화를 공급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다른 미디어와 비교해 좀 더 지적이고, 문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이념, 재정, 경영구조를 갖추었다. 상업문화, 관제문화, 외국 문화의 대칭점인 공공문화, 비제도 문화, 소수 문화, 민족 문화를 창달할 책무가 공영방송에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의 디딤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문화주권-국가주권의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민족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주권을 목숨만큼 중시한다. 공영방송은 경제주권, 정치주권, 문화주권, 군사주권 등 주권의 수호에 충실해야 한다.

다섯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영방송이 사영방송이나 유료방송에 비해 월등히 나은 점은 품질이 좋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품격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방송문화 전반에 걸쳐 수준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대체로 공영방송의 기본 원리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면 KBS가 진정한 의미에서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관영방송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것을 금방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KBS는 공영방송에 근접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상업적 관영방송’으로 근접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권력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관행이 사라지고, 오로지 공익만을 목적으로 KBS가 움직일 때 공영방송의 꿈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우리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한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