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언론통제 국가’에 선정되나? ...

[기자수첩] ‘세계 10대 언론통제 국가’에 선정되나?
“신문법 시행령, 언론 통제 역사 연장선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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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1. 1097년 일제는 ‘광무신문지법(光武新聞紙法)’을 제정‧공포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을 기점으로 기울어져가는 국운을 쇄신하고 국민의 독립 열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근대 신문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자 일제는 신문지법을 만들어 근대 신문을 직접적으로 말살하기 시작했다. 신문 및 기타 인쇄물의 기사가 외교나 군사상 비밀에 저촉되거나 안녕 질서를 방해하는 경우 발매 금지와 차압, 발행 정지 및 금지를 이사관이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국내에서 발행되던 대다수 신문들이 규제 대상이었다. 특히 신문을 발행할 때 반드시 내무대신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와 보증금 제도 등은 당시 재정난을 겪고 있던 <황성신문>과 <제국신문>을 폐간까지 몰고 갔다.

#2. 1948년 이승만 정권은 ‘광무신문지법’을 신문에 적용하는 한편 7가지 금지 기사를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사들을 모조리 폐간 또는 정간시키고, 언론인과 편집인들을 구속했다. 7가지 금지 기사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국시‧국책을 위반하는 기사 △정부를 모략하는 기사 △공산당과 이북 괴뢰 정권을 인정 내지 비호하는 기사 △허위의 사실을 날조 또는 선동하는 기사 △우방과의 국교를 저해하고 국위를 손상하는 기사 △자극적인 논조나 민심을 격앙 소란케하는 외에 민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사 △국가의 기밀을 누설하는 기사. 이로 인해 당시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했던 신문들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3.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사이비 언론인 및 언론 기관 정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최고회의 포고’ 제11호 4개항을 발표했다. △신문을 발행하려는 자는 신문 제작에 소요되는 제반 인쇄 시설을 완비해야 함 △통신을 발행하려는 자는 통신 발행에 필요한 송‧수신 시설을 구비해야 함 △등록 사랑을 위반한 정기 및 부정기 간행물은 이를 취소함 △신규 등록을 당분간 접수치 않음. 이로 인해 전국 912개 보도 기관 중 일간지 39개사, 일간 통신 11개사, 주간지 3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830개사가 사라졌다. 또한 신문사에 기관원들을 상주시켜 취재 보도에 대해 사전 검열했으며, ‘사이비 기자’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프레스 카드제를 도입해 정부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기자만 보도할 수 있게 했다.

#4. 1980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체제는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언론기관 통폐합을 단행했다. 중앙지 신문은 7개에서 6개로, 지방지 신문도 14개에서 10개로 줄었다.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이 해체·통합되면서 연합통신이 설립돼 대한민국의 유일한 통신사가 됐다. 방송에서는 KBS가 민영 방송인 동양방송, 동아방송, 전일방송, 서해방송, 한국FM을 강제합병하고, 민영방송 MBC의 주식 65%를 강제 인수하는 등 대한민국 최고 언론 기관이 됐고 전체 방송국 수도 26개로 축소됐다. 전두환 체제는 ‘건전한 언론의 육성과 발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언론 기관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5.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시행령은 기존의 발행인을 포함한 3명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취재 인력 5명으로 변경해 등록 요건을 강화했다. 또 취재 및 편집 인력 명부만 제출하도록 했던 조항을 강화해 실질적인 상시고용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또는 산재보험의 가입 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미 등록한 인터넷 신문 사업자에게는 시행일로부터 1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이번 시행령으로 현재 5인 미만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38%, 1억 미만 매출액을 기록하는 인터넷 매체 85%가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7612_9604_102[1]‘박근혜 정부의 여론 통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연속 토론회에 참석한 김춘효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미디어 검열 역사와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비교 분석하면서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던 수많은 진보적 미디어들의 미래가 박근혜 정부 아래 있는 인터넷 언론들에게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처럼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언론 통제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건전한 미디어 환경 구축을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명분조차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독재 정권들과 똑같다. 1인 미디어 시대, 로봇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에 왜 굳이 5명의 취재 인력이라는 조항을 만들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3명과 5명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는 정부 덕에 내년에는 중국, 북한과 함께 ‘세계 10대 언론통제 국가’에 이름을 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