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도입을 위한 표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UHD 특별법’이 방송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는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UHD 전환을 지원해 UHD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UHD 전환은 디지털 전환과 다르다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1월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보편적 UHD 방송 발전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당시 난시청 해소와 수신 환경 개선을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채널 서비스 도입 지연 등으로 실질적인 시청자 체감 수신 환경을 오히려 악화됐다”며 “UHD 특별법 제정으로 수신 환경을 개선하고 UHD 방송을 활성화해 시청자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 당시 수신 환경 개선, 디지털 방송 활성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당시 남아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편적 UHD 방송 서비스 구축을 위해 UHD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UHD TV 수신 안테나 내장 의무화, 공동주택 공시청 설비 관리 강화, ‘UHD 시청자 복지기구’ 운영 등을 통해 수신 환경을 개선하고 직접 수신율을 제고할 뿐 아니라 다채널 및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UHD 방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UHD 특별법의 방향을 설명했다.
UHD 특별법은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분배키로 하면서 논의된 것으로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는 업계에서 과거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 지원키로 했던 수신료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상파 재정 부담 완화 방안을 명시적으로 밝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정적 부담 없이 UHD 콘텐츠 제작에 나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앞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UHD 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이상진 SBS 박사 역시 “땅이 말랐는데 일만 열심히 한다고 작물을 키울 수 있겠느냐”며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UHD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UHD는 ‘대한민국 신(新)먹거리 사업’으로 거듭날 것인데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며 “UHD 산업을 본격 활성화하기 위한 UHD 특별법 제정 등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UHD 특별법 제정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아직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달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디지털 전환과 달리 화질만 바뀌는 것뿐인데 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도 “디지털 전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고화질을 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만약 특별법을 만든다면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당시 직접 수신 환경 개선, 다채널 방송, 쌍방향 방송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연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맥락에서 특별법 제정을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한 뒤 “UHD 전환은 단순히 고화질로의 전환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차세대 방송”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와 정치권, 학계의 이 같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UHD 특별법 제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1월 11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회와 관련부처, 방송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UHD 특별법을) 논의 중이지만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것과 지원과 관련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엄격히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UHD 전환을 위한 방송장비와 시설 등은 방송사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