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방송기술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5년 11월 1일 글로벌 UHD 전문가 양성과정을 위해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됐다. 이번 해외 교육의 목적은 향후 지상파 UHD 방송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보다 먼저 4K 방송을 시작한 일본 방송 시장을 살펴보고 일본에서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Panasonic, Sony, NEC 등을 방문해 제작 분야의 방송장비 소개와 방송기술 및 정책, 4K/8K의 관련 장비 교육을 통해 한국방송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Panasonic은 일본 오사카, Sony는 도쿄에 각각 위치하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세계 방송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는 경직되거나 딱딱하지 않았고 영업과 개발, 기술 등 관련된 모든 부서가 서로의 의견을 활발하게 소통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고객의 필요를 하나하나 채워주고 해소해 주기 위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힘쓰는 모습이 인상 깊어 보였다.
Panasonic이나 Sony 모두 4K/8K 방송시장에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방송 Workflow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재의 HD 방송시장이 Tapeless 기반으로 이미 옮겨졌고 향후에는 Network 기반으로 옮겨 갈 것을 예상해 새로운 솔루션을 구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Panasonic의 차세대 솔루션 Cloud Service는 중계 현장에서 4K Camera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Proxy File로 Cloud Server에 전송하면 필요한 곳에서 Proxy File을 EDL로 편집하고 고해상도 촬영 영상은 나중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그리고 Sony의 차세대 솔루션 IP Live Production은 4K Camera, Video Server, Production Switcher, Router, Graphic, Multi-Viewer 등과 같은 모든 방송 시스템 장비들을 Network로 묶어 중앙에서 IP Live System Manager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한다는 것이다.
4K/8K에 대한 일본 정부의 로드맵 정책에 따라 일본 제조사 업체들은 장비 개발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Panasonic에서는 4K를 지원하는 4K Camera Recorder(AG-DVX200AN), 4K Studio Camera(AK-UC3000), 4K ME Switcher(AV-HS7000), 4K Monitor(BT-4LH310), 4K Project(PT-RQ1 3K) 등이 이미 개발돼 사용 중에 있었고, Sony에서도 마찬가지로 4K Studio Camera(PMW-F55), 4K Switcher(XVS-8000), 4K Recording Server(PWS-4400), 4K Monitor(BVM-X300), 4K Project(S RX-T615) 등이 개발돼 사용 중에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4K로 제작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만들어졌다 하더라고 송출 장비들이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다. 고효율 압축 장비인 HEVC코덱(H.265)을 적용한 4K/8K Encoder(VC-8300)는 현재 일본 NHK에서 35M로 설정해 사용 중에 있었지만, 25M로 다운해 설정했을 때 아직까지는 Quality를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H.264 Codec 장비(VC-7710, VD-7710)와 HEVC Codec 장비(VC-870, VD-870)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을 때 동일한 Bit Rate에서 HEVC 코덱보다 H.264 코덱 장비의 화질이 더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NEC에서 몇 가지 HEVC 4K Codec 장비를 일부 만들어 생산하고 있지만 4K로 제작된 콘텐츠를 4K로 송출하기 위한 Exciter, MMT(MPEG Media Transport) Multiplexer 장비들이 아직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일본의 4K/8K에 대한 로드맵을 잠깐 살펴보면 일본의 Cable TV 및 IPTV 방송은 2014년도에 4K 시험방송을 끝내고 2015년도에는 4K 실용방송을 하고 그 이후에는 8K 시험방송을 거쳐 2020년도에 8K 본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성(CS/BS) 방송도 2015년에 4K 실용방송을 거쳐 2020년 도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때에는 일본의 모든 방송국이 본격적으로 8K 본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8K 방송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고선명/고화질의 방송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8K 텔레비전을 구매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2K•4K•8K가 시청자의 수요에 맞춰 공존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무리 없는 방식으로 원활한 보급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로드맵 정책에 따라 4K/8K 방송을 하기 위해서 방송제조 업체마다 약간의 이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과연 4K 전송에 있어서 12G의 대용량을 Baseband를 이용한 SDI로 전송할 것인가? 아니면 네트워크를 이용한 VoIP(Video Over IP)로 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다. HD 방송에서 3G 전송은 SDI 한 가닥으로 전송이 가능했지만 4K에서는 12G의 대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SDI 네 가닥이 필요하고 이것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12G를 4분의 1로 압축해 전송하는 방법과 압축을 하지 않고 SDI 한 가닥으로 전송하는 방법 그리고 IP를 통해 Network 기반에서 압축해 UTP Cable로 전송하는 VoIP 방식과 마지막으로 Optical Fiber Cable을 통해 압축하지 않고 전송하는 방법 이렇게 4가지 방법이 있다.
위와 같은 4가지 전송 방식 중에서 Sony에서는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IP 기반으로 한 Network을 통해 VoIP 전송 방식으로 전송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고, 경쟁사인 Panasonic에서는 기존에 HD SDI 환경에서처럼 SDI 한 가닥을 통해 전송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었다. 물론 양사 모두 Optical Fiber Cable로 4K인 12G를 전송할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을 Optical Fiber Cable로 구축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아직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떤 전송 방식이 좋고, 어떤 전송 방식이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왜냐하면 분명히 이 두 가지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ony가 고려하고 있는 VoIP 방식인 UTP Cable로 했을 때는 가장 먼저 가격적인 측면으로 볼 때 장점이 될 수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Cable에 대한 거리 제한이 없다는 것과 네트워크 기반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전체적인 시스템 관리, 유지 보수 및 장비에 대한 모니터링과 File System과 Live System을 통합 관리해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한 향후 8K로 전환했을 때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Network Trouble로 인한 자료가 없어질 가능성과 지연(Latency)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Panasonic에서 고려하고 있는 SDI 전송에 있어서는 기존 HD-SDI처럼 쉽고 빠르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지연(Latency)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리 제한(60m)에 대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앞으로 2020년도 8K 본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2020년도에 50%가 8K를 시청하고, 2025년도에는 일본 국민의 100%가 8K 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계획이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 정부의 4K/8K에 대한 로드맵은 단순히 방송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장비 제조사들은 4K/8K가 산업체, 의료계, 문화계, 교육계 전반에 걸쳐 약 3조 8,000억엔 정도의 일본 시장 규모와 9조 엔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고 이것은 일본 경제 발전에 엄청난 도움과 놀라운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세계 4K/8K 시장은 약 36조 엔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4K/8K에 대한 일본 정부 정책을 방송제조사 업체들은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HD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디지털 변환기만 설치해 아날로그 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가 있고, 지상파 직접수신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가 점점 더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HD 방송이면 충분하지 UHD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글로벌 UHD 전문가 양성 과정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4K 방송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제는 필수사항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전송 방식에 있어서 정해진 것은 TTAI. KO-07. 0123이 지상파 UHD 방송 송수신 정합에 있어서 유일하다고 한다. 유럽식 표준방식인 DVB-T2와 미국식 표준방식인 ATSC3.0 두 가지 방식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할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각 지상파 방송사마다 나름대로 UHD 콘텐츠를 가지고 두 가지 방식으로 실험 방송을 하고 있고 관련 업계에서는 아마도 내년 초에는 우리나라도 둘 중 어떤 방식이든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케이블 채널에서 UHD 방송을 시작했고, 지상파 UHD를 본격화하기 위한 실험 방송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계 방송시장의 선두주자인 Panasonic, Sony, NEC와 같은 글로벌 회사에서는 4K/8K에 대한 방송장비들을 수없이 개발해 쏟아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상파 UHD 전송 규격이 하루빨리 정해져 그동안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힘들게 쌓아 놓았던 한류 문화의 영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끝으로 일본의 UHD 방송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세심한 관심과 도움을 주셨던 방송기술교육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낯선 일본 땅에서 5박 6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지냈던 5명의 방송기술인연합회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