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 차기 사장 후보로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이 선정됐다. 하지만 K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사장 취임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10월 26일 여의도 KBS에서 사장 공모 지원자 5명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벌여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면접은 오후 늦게 마무리됐고, 오후 6시께 표결절차를 논의한 후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1차 투표에서 고 후보자가 7표, 조대현 현 KBS 사장이 4표를 얻어 고 후보자가 조 사장을 제치고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고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 졸업 뒤 1985년 KBS 공채 11기 기자로 입사했으며 정치부 기자, 모스크바 특파원, 보도국장, KBS미디어 감사 등을 역임했다. 2014년 9월부터는 KBS비즈니스 사장을 맡고 있다.
KBS 이사회는 이번주 중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 후보자를 임명 제청할 예정이며,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22대 KBS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방송법 개정에 의한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조 현 사장의 임기가 11월 23일까지인 점을 미뤄본다면 11월 중순까지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 후보자에 대한 임명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후보자는 KBS 새노조가 공영방송 사장 부적격 후보로 분류한 인사로 불공정 방송의 핵심 인사로 비판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보도국장 재임 당시 KBS 기자협회의 신임 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받았고, 2012년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에는 KBS 양대 노조 신임 투표에서 84%의 불신임을 받아 해임된 바 있다. 현재 KBS 노조와 새노조, 경영협회․기자협회․방송기술인협회․PD협회 등 4대 직능단체는 고 후보자의 사장 임명 강행 시 총파업 등으로 맞선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KBS 신임 사장 후보로 고 후보자가 발표되자마자 “고대영 사장 후보 선출은 KBS ‘국정화’ 선언”이라며 “청와대의 KBS 장악 부역자로 낙점된 고 후보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이어 “‘용산 참사 축소 보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스폰서 특종 불방’ 등 정권 편파 보도를 주도해 90%가 넘는 불신임을 받고, 후배 기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대기업으로부터 술·골프 접대를 받는 등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한 인물이 고 후보자”라며 “‘근혜맨’인 고 후보자의 임무는 KBS를 집권 세력에 봉사하는 도구로 변질시켜 공영방송을 ‘국가기구화’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을 통해 “여론 장악 임무 부여한 청와대, ‘청부 사장’의 선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에 여당 추천으로 낙점된 이사 및 이사장의 면면을 보면 이번 사장 선출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은 확신으로 변한다”며 “정부의 이처럼 추악한 공영방송 장악 행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사회의 투쟁 의지를 모아 고대영 끌어내리기를 포함한 고대영 반 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10월 27일 브리핑을 통해 “(고 후보자를 KBS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친정권 보도로 KBS 내부에서 기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높은 인물이 공영방송인 KBS를 이끈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여당 추천 이사들이 국민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국민들로부터 KBS를 빼앗아 정권에 바치려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고 후보자에 대한 임명 요청을 한다면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