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SB, 성급한 케이블 아날로그 종료?

8VSB, 성급한 케이블 아날로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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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VSB에 대한 논란은 11월 14일 KISDI의 공개 토론회를 기점으로 점점 심화되는 분위기다. 과연,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현재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은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 기준으로 60개 채널이 그 대상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1개 채널은 6MHz 대역의 주파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360MHz 대역 주파수가 필요했지만, 미래부는 8VSB 허용을 전제로 6MHz 대역에 HD와 SD화질 2개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계산하면 풀HD 20개, HD 20개, SD 20개 채널을 운용할 때 총 240MHz 대역 주파수가 필요해진다. 기존 주파수 중 120MHz 대역이 남게되며 이는 케이블 UHD 방송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군소 PP 퇴출 가능성을 의식한 기술적 조치로 보인다.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한 아날로그 TV 보유 가구 300만 에게는 무료로 컨버터를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정책 로드맵도 허점이 많다. 물론 미래부에서 발표한 확정안이 아니기에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만약 60개 채널 구성을 풀HD 20, HD 20, SD 20으로 묶고 아날로그 TV 가입자에게 컨버터를 무상으로 배포한다고 해도 해당 정책이 불완전한 디지털 전환의 확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8VSB 허용은 완벽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기점으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불완전한 디지털 서비스를 강요하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케이블 MSO가 인프라 투자없이 디지털 전환의 가면을 쓴 짝퉁 디지털 전환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케이블 아날로그 방송 종료의 측면에서 해당 사항을 평가하면, 아직 구체적인 법 조항 없이 무단으로 ‘특정 방식의 방송 종료’를 강행한다는 절차적 문제까지 불거진다.

문제는 또 있다. 8VSB 허용으로 300만에 육박하는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가입자에게 무상으로 컨버터를 배포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냐는 것이다. 여기에 컨버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청권 침해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당시에 불거진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팀은 케이블 MSO의 8VSB 허용에 대해 “미래부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전제로 “만약 60개 채널을 대상으로 120MHz 대역 주파수를 남기는 방안을 채택한다면 종합편성채널 특혜 및 군소 PP 퇴출 가능성 비판은 상당부분 완화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8VSB 허용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8VSB 허용은 케이블 가입자들의 기술적 도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8VSB 허용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시청권 피해는 분명히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은 사실상 케이블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고화질에만 매몰된 불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고착화시키며 지상파, 즉 ATSC 기준인 MMS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금까지 유료방송이 지상파의 MMS를 강하게 반대해 왔지만, 현 단계에 이르러 8VSB 허용을 통해 자신들이 MMS를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이들은 “지상파 MMS가 안정된다고 가정하면 재송신의 개념에서 지상파-케이블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