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부동산대책은 ‘부동산 투기 부양책’
종부세와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는 자살행위
/고영근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월 21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8.21부동산대책에는 건설사들과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비롯해 양도세 완화, 2개 신도시 추가 공급확대, 전매제한 기간 단축, 조합원 양도 지위 확대 및 층수 완화 등의 재건축 규제완화, 미분양주택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이 포함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명박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은 마치 건설사 구하기용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건설사 프렌들리(friendly)’한 것들뿐이었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 투기 부양책’이라고 보면 된다. 비난여론과 실제 부동산 투기 발생을 염려해서 그랬는지 이번 대책에서는 조금 빗겨갔지만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노리고 있는 것은 보유세(종부세)의 무력화와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LTV-DTI)의 무력화다. 이 두 가지 빗장을 풀면 부동산 시장을 다시 한 번 ‘반짝’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종부세를 무력화해 부동산 투기판을 벌여주고 금융규제를 완화해 돈줄을 풀어 투기용 실탄을 공급하겠다는 속셈이다. 대신 이번 대책에서는 건설사들과 임대사업자들에게만 먼저 종부세를 완화해줬다. 이는 전체 종부세에 구멍을 내려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 종부세에 조금씩 구멍을 내서 나중에는 있으나마나한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없애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소위 ‘강부자’들인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종부세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같은 ‘강부자’들의 정치적 압력, 부동산 거품을 통한 일시적인 경기부양 및 건설사들의 미분양물량 해소, 정치적 지지기반인 부유층의 결집 등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무력화시키거나 없애버림으로써 꿩도 먹고 알도 먹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 점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에 따른 피해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 경제 전체에 다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바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는 오는 9월 헌법재판소에서 나올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의 위헌여부 판결을 보고, 만약 결과가 위헌으로 나오면 종부세 무력화 혹은 폐지를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종부세가 무력화되거나 폐지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두려운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와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다 풀어 일시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다가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이에 따른 경제공황과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하향안정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부세와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비롯해 현행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섣부르고 위험천만한 종부세 및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일이 터지고 나서 다시 되돌리기에는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