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는 통신의 전유물 아니다

700MHz는 통신의 전유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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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일 오후 5시 54분 수정)

국내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을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 활용을 두고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700MHz 대역 주파수는 세계적으로 대부분 통신이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미국의 주파수 활용 사례를 인용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의 주파수 분배 현황(KBS 기술연구소 제공)

2012년 3월부터 미국 FCC는 700MHz 대역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위한 규제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700MHz 대역 주파수 전체와 호환되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인 셈이다. 하지만 FCC의 이러한 움직임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업계 1위 AT&T와 2위인 Verizon Wireless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AT&T와 Verizon Wireless의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Apple(애플)도 8월 22일 고문 변호사 2명의 명의로 FCC의 방침을 문제가 ‘많음(problematic)’으로 표기하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국은 700MHz 대역 주파수 중 70MHz 폭만 모바일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부나 통신사들이 700MHz 대역 주파수가 ‘전 세계적 통신 Global Harmonization’이라고 주장하는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FCC는 주파수 할당에 있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Band Class 12(698~716MHz/728~746MHz) 할당의 전략적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Band Class 12는 하위 A,B,C채널(698~716MHz)과 상위 A,B,C(728~746MHz)채널로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상하위 Band Class 12의 A블록이다. 하위 A블록은 강력한 전파가 운용되는 DTV 51번 채널(698MHz 이하)과 인접해 있고 상위 A블록은 바로 아래 E블록이 고출력 전파를 운용하는 곳이라 간섭 및 혼선이 엄청나게 심해졌다.

정리하자면, 700MHz 대역 주파수의 A블록은 주변 대역의 강력한 혼선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구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700MHz 대역 주파수의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파수 혼간섭을 고려하면 사실상 알박기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도 이러한 전파의 혼간섭에서 기인한다)

이렇게 되자 FCC에 의해 A블록을 할당받은 군소 통신사들이 반발했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파수를 할당한 FCC에 700MHz 전 대역을 대응할 수 있는 단말기를 만들도록 강제해 달라고 청원했다. 해당 청원의 선두에는 Microsoft의 공동투자자인 Paul Allen가 소유한 Vulcan Wireless가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FCC는 이러한 뜻을 받아들여 700MHz 대역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위한 규제법률 제정을 추진한 것이다.

   
▲ Apple의 FCC 답변 서한(KBS 기술연구소 제공)

하지만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업계 1위 AT&T와 2위인 Verizon Wireless는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스마트폰의 선두자인 Apple의 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종합하자면 ‘단말기 제조사는 그러한 강제사항을 극복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이며 규제 기관의 강제조항은 반드시 기존의 700MHz 저대역지원 단말기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기존의 단말기를 변경하도록 제조사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로 정의할 수 있다. 동시에 이들은 FCC의 정책이 기존 가입자 보호에도 역행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Apple은 700MHz 전대역을 커버하는 스마트폰을 거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FCC의 규제법률 제정 추진 동력의 좌초는 역설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용 활용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물론 확대해석의 여지는 있으나, 700MHz 대역 주파수의 전 대역이 통신에 활용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은 분명 문제가 있다. Apple의 정책이 모든 통신정책의 이정표는 아니지만, 최소한 700MHz 대역 주파수의 전 세계 통신 활용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해당 주파수의 활용을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