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국 223개 방송사,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게”

60개국 223개 방송사,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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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총회에서 회원사들은 디지털 방송 시대를 맞이해 그 혜택과 정보를 사람들에게 더욱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 선언’을 채택했다. 동시에 ABU 회원사들은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하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는 뜻을 천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700MHz 대역 주파수는 비리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사임 일주일전 기습적인 상하위 분할 할당을 통해 통신사에 할당한바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 주파수 할당 정책이 ‘방통위-통신사 커낵션’을 앞세운 전형적인 정관로비의 핵심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ABU는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오는 정보와 혜택을 대중들과 함께 더 널리 공유하기 위해 힘쓰고,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주파수 대역(700MHz 대역)을 방송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회원사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이 채택된 후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가 사업상의 이유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 권리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데다가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이에 부화뇌동하여 올바른 정책적 로드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업계와 통신업계의 싸움은 전쟁에 비견될만큼 치열하고 뜨겁다. 서로 ‘필수 주파수’와 ‘여유 주파수’라는 명칭으로 정의하며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신업계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통신 기술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 물론 이 원대한 계획에 700MHz 대역 주파수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통신 업계는 위성 DMB 종료 및 기타 확보 가능한 대부분의 주파수를 자신들이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방송업계의 주파수 할당 주장 논리는 더욱 확장성을 가지는 편이다. 우선 공공성이다. 방송 업계는 통신의 기술적 발전을 이해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료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해당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후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에 적절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는 뉴미디어는 커녕 난시청 해소에도 주파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업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히든 카드’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구현과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ABU 서울 선언문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서두에서 설명한대로 현재 대한민국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정책이 통신사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방통위와 통신사가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전세계적 통신 활용설의 허구’가 걸려있다.

지금 방통위와 통신사, 그리고 친통신 언론사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는 통신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체 전세계가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그리고 방통위는 한 술 더떠 지난 2월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기로 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이 같은 방통위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었다. 당시 회의에서 해당 주파수의 통신 할당은 정식 의제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를 주장한 국가는 아랍 및 일부 아프리카 국가 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해당 주파수를 방송에 활용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직면해 결국 2015년 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최종 의결되었다. 즉, 정부부처가 통신사의 이득을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호도된 진실’을 뿌린 셈이다. 당시 이는 큰 논란을 일으켰던 ‘외교부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 보도자료 조작사건(CnK)’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거짓말’로 회자되고 있다. 물론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무조건적으로 할당한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에 228MHz폭만 할당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는 지상파의 낮은 직접수신률을 문제삼으며 여전히 ‘방송은 무료 보편의 희망이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특수한 사정과 함께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그리고 해당 주파수의 난시청 해소 방안 이론에 가로막혀 힘을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며 통신사들이 주파수를 사들이고 있다며 방송사와의 형평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보다는 ‘주파수 경매’자체가 가져오는 현실적 폐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또 ‘국가기간’의 성격을 가지는 미디어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통신사의 역할을 정확히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도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이 대목에서 ‘통신사인 KT 민영화 이후 외국 주주의 배당금이 천문학적으로 뛰었다’는 부분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ABU 서울 선언문을 두고 방통위와 통신업계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해당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거의 성사시킨 가운데 갑자기 전세계 60개국 228개 방송사가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할당을 공식적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방통위가 주장하던 ‘전세계 해당 주파수 통신 활용설’은 여지없이 무너진 셈이다. 동시에 ABU 회원사들은 내년에 열리는 제50차 정기총회 때 ‘서울 선언’의 실천 사항을 점검하고 평가하기로 알려져 해당 주파수의 통신활용을 독려해 사실상 대한민국을 ‘방송 정책의 갈라파고스’로 만들려 했던 방통위의 고뇌도 깊어지고 있다.

<ABU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