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TV 기술의 최전방에 선 사람들

3DTV 기술의 최전방에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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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직원이라고 하면 으레 화면에 얼굴을 보이거나 프로그램 앞뒤로 흐르는 크레디트에 이름자 정도는 들어가야 되는게 아니냐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무색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방송사에 근무한지 십 수 년이 지나도록 이름 석자 화면에 비쳐본 적 없는 이들, 방송사 기술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들도 그들 중의 한 부류다. 오늘은 세계최초로 실시된 고화질 3DTV 실험방송에 참여한 KBS기술연구소 ‘실감방송연구팀’을 만나본다.

   
▲ 이준용 수석연구원, 함상진 선임연구원, 박창섭 연구위원, 왕수현 수석연구원, 김경수 연구위원, 김병선 책임연구원, 이근식 팀장, 강진모 연구원 (윗줄 윈쪽부터 시계방향)

| 반갑습니다. 연구팀이 꽤 단출해 보입니다. 연구팀이 모두 몇 분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이근식 팀장 : 저 포함해서 모두 9명입니다. -> 확인필요.

| 실감방송연구팀이 생긴 건 언제부터였나요?

이근식 : 실감방송연구팀은 어느 순간부터 생긴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u콘텐츠처리보호 연구팀에 2010년 1월부터 새로운 이름이 주어진 겁니다.

김병선 책임연구원 : 그 이전에도 3DTV 연구팀이 따로 있었어요. 그게 7~8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실감방송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연구여건도 성숙되어있지 않아서 잠깐 접었었죠. 그 이후에 3DTV 붐이 조성이 되면서 인원을 새롭게 보강해서 출발했어요.

| 지난 1년간은 어떤 활동을 하셨었나요?

이근식 : 우선 가장 큰 성과라면 3DTV 실험방송을 실시했던 것을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실험방송은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서, 압축하고, 전달하느냐”의 과정 중에 ‘압축과 전달하는’ 과정만 시작해본 거라고 봐야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3DTV든 UHDTV든 제일 중요한 개발 포인트는 카메라죠.  아직은 상용화 이전입니다만 입체촬영을 위한 방송용 카메라도 개발 중이고, UHD같은 경우는 DTV에 비해서 데이터가 4배 이상이니까 이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압축하느냐는 걸 연구 중인 단계입니다.

| 지금 현재 연구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근식 : 우선 3DTV·UHDTV 콘텐츠 제작을 위한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고요. 실험방송에 관련된 업무를 진행 중이기도 하구요. 자막발생기 같은 3D영상을 위한 그래픽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병선 : 그 외에도 좌우안 영상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송출서버도 개발하고 있고요. 압축을 위한 코덱도 함께 연구 중입니다.

| 그 많은 프로젝트를 여덟 분이서 다 수행하시려면 무척 바쁘시겠어요.

김병선 : 자체연구도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공동연구, 외주개발용역 형태로도 진행합니다.

| 팀원들이 함께 여가를 즐기시기도 하나요?

( 순간, 전원 ‘딱히 그런 건 없는데…’라는 표정… )

왕수현 수석연구원 : 그러고 보니 함께 즐겨야할 일을 만들어야 되겠네요. 인원은 적지만 워낙 연령대도 다양하고 또 연구원이다 보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시간이 나더라도 취미를 각자 즐길 때가 많거든요. (웃음)

   
▲ 3D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다.

| 일반적인 방송사 엔지니어들의 경우에는 교대근무도 하고, 밤샘도 잦은 편인데 연구소 생활은 어떤가요?

이근식 :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한 주 단위로 자기의 업무가 딱딱 정해져 있지만, 연구소는 그 간격이 조금 길 뿐이지 나머지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대근무가 없을 뿐이죠.

김병선 : 저희 같은 경우도 연구결과 발표나 선거방송 등이 닥쳐오면 몇 달씩 야근도 하구요. 새로운 장비를 활용해서 스포츠중계 등의 현업 지원하는 경우에는 자주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 실감방송이라고 하면 ‘3DTV’와 ‘UHDTV’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근식 : 네, 지금 저희들이 하고 있는 분야가 그 두 가지 분야입니다.

| 3DTV는 실험방송을 통해서라도 더러 볼 수 있는데, UHDTV를 시연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왕수현 : 네, 지난 해 미디어페어에서 KBS 드라마 ‘추노’로 시연을 했었고, 그 외에도 여러 전시회에서 시연을 했었죠.

KBS 실감방송연구팀이 참여한 듀얼스트림 3DTV 실험방송은 오는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리는 ‘KBS 디지털방송 체험전’과 COEX에서 6월에 열릴 KOBA(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 ‘실감방송’이라는 명칭이 아직은 다소 어색하고, 생뚱맞은 것도 같습니다.

이근식 : 먼 미래에는 TV를 통해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것까지도 가능하도록 한창 연구 중이니까 그런 부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만든 명칭이죠.

김병선 : 현재는 시청자들에게 실감, 즉 Reality를 전달하기 위해서 3D의 입체감, UD의 임장감을 상용화하는 수준이 진행 중인 거구요. 연구단계로는 TV를 통해서 가상현실과 상호작용하는 기술도 실제로 표준화 되고 있습니다. 4D라고도 하죠. 하지만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지상파에서 로드맵을 잡고 있는 것은 무안경·다시점 3D구요,

이근식 : 마일즈 스톤 상에서는 2020년쯤에 최종적으로 홀로그램 정도까지 거론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현실성이 있을 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KBS실감방송 연구팀은 지난 7일 열린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술대상에서 세계최초로 고화질3DTV 방송을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방송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이번 수상의 의미는 어떻게 받아들이시고 계신가요?

이근식 : 사실 받아서 기쁜 것 보다는 부담이 많이 생기는데, 3DTV가 2010년도에 시작해서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거든요. 그런데 시작하는 마당이 이렇게 큰 상을 받으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죠. 앞으로 3DTV의 본격적인 보급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정책적인 것일 수도 있고, 방통위의 정책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방송사 개별적인 차이도 발생할 수 있고요. 지상파와 케이블/위성방송의 차이도 생길거구요. 이렇게 처한 입장도 다르고 조건들이 다 달라서 어떻게 될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황이죠.

| 실험방송에서 연구팀이 맡은 역할은 뭔가요?

이근식 : 현재 진행 중인 실험방송은 각 방송사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KBS가 3D 상용 인코더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다중화기로 송출 시스템을 구성하여 KBS 관악 송신소를 통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그 외 각 사의 3D 콘텐츠 편성 및 스케줄링도 KBS 기술연구소에서 하고 있습니다.

김병선 : 실험방송의 방식을 정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관계사 모두가 모여서 안을 만들고, ETRI는 공동연구를 통해서 다중화기와 수신기 등을 개발하고, 가전사는 TV에 담을 Firmware를 제공합니다. 그 중에서 우리 연구팀은 송출 서버 같은 방송 시스템을 구성해서 주조에 설치하고, 여러 방송사와 프로덕션들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실험방송을 진행하는 거죠

   
▲ 이근식 팀장과 김병선 책임연구원이 3DTV 실험방송 송출 시스템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 방송사별로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도 하나요?

이근식 : 각 방송사 연구소들이 일 년에 수차례 회의를 하면서 서로 정보교류와 공유를 하고, 표준과 관련된 회의 또는 학회 등을 통해서 수시로 만나고 있습니다.

| 3DTV 연구와 관련해서 각 방송사 별로 가진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준용 수석연구원 : 예를 들어 KBS는 연구소에 카메라를 만드는 팀이 있어서 카메라 기술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MBC 같은 경우는 2Dto3D 컨버팅 쪽으로 연구를 많이 해서 그 분야가 강한 것 같더군요. 반면에 EBS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쓴 듯 하더라구요.

| 3DTV 국제 표준안 마련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김병선 : 올 1월에 MPEG 국제표준화회의가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국내의 방송사·가전사·학계 가 같이 만든 단일안으로 MPEG에게 기고를 해서 PDAM(Proposed Draft of Amendment)으로 승인이 됐어요. 우리나라의 기술이 조만간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거죠. 내년말쯤에 표준이 되리라고 봅니다.

지난 10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MPEG 국제표준화 회의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제안한 3DTV 방송서비스에 필수적인 ‘전송 시그널링 기술’이 MPEG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 세계적인 3DTV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근식 : 3D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비단 작년, 재작년의 일은 아니에요. 수십 년 전에 영화 상영관에서 적청(赤靑)안경으로 보여주던 입체 영화까지 거슬러가야죠. 그 이후에 편광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품질이 한층 높아졌죠. 영화 ‘아바타’가 그 정점에 있었고요. 하지만 워낙 ‘아바타’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인지 그 이후에는 소강상태랄까 다소 그 붐이 냉각되는 경향은 있습니다.

| 3D 촬영은 일반적인 SD·HD촬영보다 제작시간이 더 길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근식 :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이제 막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3D영상물 제작노하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하겠죠. 이런 문제는 사실 예전에 SD에서 HD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겪었던 일이거든요. 그때도 제작비가 많이 든다, 조명설치가 까다롭다 등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 와서 보면 모두 노하우가 쌓여서 예전 SD 찍던 식으로 척척 찍어내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여러차례 꾸준히 제작하다보면 제작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 거에요.

|  "3DTV vs 3D영화”, 콘텐츠는 TV가 다소 열세

이근식 :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딱히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 것이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하기 때문에 딱히 3DTV의 미래나 극장판 영화와의 우열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김병선 : 3DTV의 경우는 콘텐츠 부족문제가 가장 시급하죠. 영화의 경우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제작을 하지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새로운 영상에 당연히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방송의 경우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을 반복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비슷한 콘텐츠가 계속 보이면 사람들은 재미를 잃기가 쉽죠.

| “지상파 3DTV vs 케이블·위성 3DTV", 대역폭은 문제가 아니다

김병선 : 지상파의 대역폭은 19.4Mbps고 케이블은 38Mbps이르니 거의 두 배 차이입니다. 그리고 케이블은 지상파와 달리 좌우안 영상 모두를 H.264로 전송하니 압축효율도 높죠. 하지만 실제 화질 상으로 봤을 때는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결국 압축방식과 전송대역폭의 차이보다는 누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어요. 현재 사람들이 선호하는 케이블 채널이 보통 지상파 콘텐츠를 많이 보여주는 채널이듯이 3DTV의 경우도 어떤 콘텐츠가 더 재미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죠.

   
▲ UHDTV 수신장비 점검.

| 언제쯤이면 3DTV와 UHDTV를 지상파에서 모두 볼 수 있을까요?

이근식 :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직도 KBS에서 만드는 모든 프로그램이 HD가 아닙니다. 우선 그거라도 모두 HD로 모두 전환을 하고 그 노하우들을 축적한 후에 더욱 고화질의 방송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경우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그 때를 대비해서 우리들이 미리 연구는 하고 있지만 ‘언제부터’라고 딱 못 박아 놓는 것은 성급한 일입니다.

| 그렇다면 실감방송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풀어야할 실마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이근식 : 아무래도 정책이겠죠.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들을 통해서 3DTV나 UHDTV 서비스를 하길 바란다면 주파수문제를 해결해 줘야할 거고, 방송사들은 그 정책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겠죠. 그 이외에 실마리를 굳이 또 하나 잡자면 과연 실감방송이 수익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죠. 제작비가 일반 콘텐츠보다 더 많이 들텐데 그 만큼의 제작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방안들이 지원이 될까하는 문제가 남죠. 사실 이런 문제들은 한두 가지를 매듭짓는다고 해결될 게 아니구요, 모두가 서로 얽혀있는 문제들이죠.

기술연구소는 말하자면 기술의 최전방에 선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술이 최우선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줄곧 콘텐츠 경쟁력과 준비된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최초·세계최고를 논하는 기술수준 앞에 우리 방송정책의 현주소는 어디까지 와있는지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 ‘인터뷰의 기술’이 만날 인터뷰이를 추천해 주세요. 무대 뒤편 혹은 중계차, 송신소 등 잘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다하는 여러분의 동료가 인터뷰의 주인공이 됩니다. ( journal@kobet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