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TV와 휴먼팩터: 누구를 위한 휴먼팩터인가?

3DTV와 휴먼팩터: 누구를 위한 휴먼팩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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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 교수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서론
 인간 유기체는 생존을 위해 3차원 공간정보를 처리하는 3차원 지각시스템을 진화시켜왔다. 3차원 공간을 모사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3D 디스플레이 장치가 개발되었는데, 3DTV라고 시중에 나와 있는 디스플레이는 실제로는 2차원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3DTV는 기존의 2DTV와 달리 좌안영상과 우안영상, 2개의 2D 영상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이 영상을 받아들여 3D로 지각하는 것은 인간의 3차원 지각시스템의 몫이다. 자연환경에서 3D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3DTV를 통해 제시되는 영상을 처리해서 3D를 지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3DTV, 영상물 및 시청환경이 시청자에게 유발하는 문제를 측정/평가하고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며 문제를 제거 또는 최소화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3D 휴먼팩터이다.
 
본론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공물은 인간 사용자를 위한 것이며, 3DTV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독과점 시대에는 사용하기 불편하더라도 구매하였으나, 현재의 사용자들은 사용하기 편하고 문제를 유발하지 않으며 개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기호여부를 떠나서, 현재의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 아무리 잘 만든 디스플레이나 콘텐츠라 하더라도 시청환경에 따라서 피로감 또는 심한 경우에 멀미와 두통을 유발한다. 과거에 비하여 기술이 발달하였고 상대적으로 문제가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디스플레이가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할지라도 그 디스플레이에 제시되는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면 여전히 3D 피로를 경험하며 디스플레이와 콘텐츠가 완벽하다 할지라도 시청자의 자세와 시청거리가 적절하지 못하여 여전히 피로를 유발한다. 앞서 기술하였듯이 3DTV를 포함하여 시청자에게 입력되는 자극 모두는 2D일 뿐이며 사용자의 3차원 공간지각 시스템에서 3D 정보가 적절하게 통합되어야 3D로 지각하게 된다. 따라서, 3DTV, 3D 컨텐츠, 사용자 요인 그리고 시청환경 요인이 모두 적절하게 구성되어야 사용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3D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10월에 3D 실험방송이 계획되어 있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과 정부정책의 추진이 맞물리면서 정부 부처는 부처대로 산업체는 산업체대로 모두 바쁘게 3D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3D 휴먼팩터 문제가 방송에서, 신문에서 언급되고 무엇보다 3D 방송을 준비하는 주체들 스스로의 경험으로 누구나 인지하고 있기에 3D 휴먼팩터 연구의 중요성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자사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무엇보다 모처럼 찾아온 3D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 시청자의 안전과 편의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가장 급박한 휴먼팩터 문제는 시청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시청 가이드라인과 컨텐츠 제작 가이드라인이다. 국내에서는 차세대방송표준포럼내의 품질평가 WG과 TTA 3DTV PG내의 품질안전규격 WG에서 안전시청 가이드라인과 콘텐츠제작 가이드라인 표준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KEA는 미국의 3D@Home 및 일본의 3D Consortium과 안전가이드라인 표준화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국제 공적 표준화기구를 통하여 안전가이드라인을 포함한 휴먼팩터 관련 표준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안전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3D 휴먼팩터 연구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품질평가 및 피로도 측정을 포함한 과학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안전 가이드라인 표준화에 앞서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3D 휴먼팩터의 데이터 축적이다. 휴먼데이터가 먼저 축적되어야 그에 기반하여 가이드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이드라인의 구성은 결코 전문가 몇 몇의 모임이나 회의를 통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과학적인 3D 휴먼팩터 연구는 경제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3D 휴먼팩터 연구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론
 안전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곳은 많지만 가이드라인 구성을 위한 휴먼팩터 연구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미하다. 1960년대, 늦은 밤 뉴욕 아파트 밀집지역의 거리에서 한명의 여성이 괴한에게 살해되었다. 여성이 살해되는 동안 아파트단지의 많은 사람이 비명을 들었지만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뻗치지 않았으며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책임감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이며 누구를 위한 휴먼팩터 연구인가? 가이드라인은 산업체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기업의 이미지 보호와 소비자의 이익과 직결되기에 결코 가이드라인의 수혜자에서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안전가이드라인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휴먼팩터 연구를 지원하여야 한다. 휴먼팩터 문제가 마치 1960년대 늦은 밤 뉴욕거리에서 죽어가는 한 여성의 신세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