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가 정식 임명장을 받지 못하자 같은 야당 추천 인사인 김재홍 상임위원은 앞으로 방통위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와중에 인사청문회를 통해 전문성 부족, 언론탄압 경력, 세금탈루를 비롯한 개인 의혹, 여당 눈치보기,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보여준 최성준 위원장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거창한 취임식을 치뤘다.
3기 방통위는 시작부터 파행인 셈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본회의까지 열어가며 추천을 결정한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 임명이 불발된 것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2월 27일 국회가 여야 추천 상임위원을 심의 및 의결한 이후 고 내정자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회의 추천권에 구속된다”는 유권해석까지 내렸지만 끝내 대통령 임명장은 발부되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고 내정자는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할 때부터 방송 및 통신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 인사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에 응모할 때도 관련 정책을 수백 쪽 규모의 보고서로 정리해 면접에 임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2기 방통위에서 김충식 전 상임위원이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맹공을 당했지만, 고 내정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개적으로 추천한 인사다. 심지어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인 양문석 전 상임위원도 그를 공개지지 했다. 전문성 인정과 폭 넓은 지지를 받는 인사라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고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임명장 발부 불발은 그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든, 장차 3기 방통위의 아킬레스건이 될 확률이 높다.
고 내정자의 임명 불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주요 인사’가 고 내정자를 탐탁치않게 여긴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2기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냈던 홍성규 전 위원이 사석에서 ‘고삼석 내정자에 대한 자격 시비가 불거지는 것은 청와대의 강력한 오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도 이와 비슷하다.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고 내정자의 임명 불발을 통해 3기 방통위는 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 3대1 구도에서 김재홍 상임위원이 의결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3대0 구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2인 이상의 상임위원이 요구하거나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지만 당분간 방통위 3기는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전문성이 부족한 최 위원장의 발탁과 고 내정자의 자격 시비를 통해 합의제-독립 기구인 방통위를 초반부터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