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34조 2항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정부는 국민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3년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최소한 미디어 시장에 있어서 기본적인 헌법정신을 흔들고 있다.
현재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직접수신가구는 전화기를 들고 국번없이 124번을 누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상파 124 콜센터’는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 따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및 채널재배치 종료 과정에서 TV 시청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낮은 직접수신율이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124 콜센터’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야기되는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 침해 가능성을 줄이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12월 1일부터 ‘지상파 124 콜센터’를 ‘(가칭) 저소득층 디지털 보급 TV 콜센터’로 변경하고 기존 콜센터의 기능은 11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종료시킨다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확정된 사항은 아니며, 아직 많은 논의의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검토’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부조직인 미래부가 직접 나서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부는 새로운 콜센터를 통해 지상파 직접수신과 케이블 상품을 동시에 안내하게 만든다는 방침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래부의 ‘검토’가 ‘확신’이 되면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및 디지털 방송 시작 과정에서 불편을 겪던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124 번호를 통해 난데없이 케이블 가입 안내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지상파 124 콜센터는 2012년 3월부터 운용하고 있으며 DTV KOREA에서 미래부 위탁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균 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사안에 따라 100~200명 수준의 증원도 가능한 구조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방송 지역별 순차종료에 따른 민원, 정부지원 신청(안테나, 컨버터), 채널재배치 민원접수 등을 수행했으며 현재 직접수신가구의 정부지원 신청 장비에 대한 민원, 지상파 직접수신용 안테나 구입문의, 공시청 설비 지원 접수도 받고 있다. 정리하자면, 해당 콜센터는 직접수신가구를 위한 무료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이며 추후 지상파 방송사 및 DTV KOREA가 단계적으로 완성시킬 (가칭) 지상파 TV 시청자 종합지원 센터의 원동력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부의 이러한 ‘검토’는 명칭에서도 맞지 않는다. 미래부는 ‘(가칭) 저소득층 디지털 보급 TV 콜센터’라는 이름을 내세웠긴 했지만 직접수신을 원하는 가구에 돈을 내는 케이블 방송을 권하는 콜센터가 과연 ‘저소득층’을 위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클리어쾀 TV 상용화를 추진하며 엉뚱한 홈쇼핑 채널을 용인하려는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물론 추후 변경된 콜센터가 새로운 홍보를 통해 지상파+케이블 지원 이미지로 고착화되면 상관은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과연 이렇게까지 케이블 가입을 정부가 독려해도 되는가’는 문제가 남는다.
최근 11월 14일 정부의 모호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를 두고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아전인수격의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에 집중하는 대목을 비판하고 있지만, 대척점에 선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직접수신율이 낮은 지상파 방송사가 UHDTV는 해서 뭐할 것이며, 700MHz 대역 주파수를 가져가서 뭐할 것이냐”고 비웃는 실정이다. 그러나 알려진 직접수신율 통계의 오류가 심각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무료 보편의 직접수신 환경을 방해해서는 곤란하다. 만약 미래부의 콜센터 변경 검토가 가정이 아닌 확신이 될 경우, 정부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후속 지원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직접수신율은 지상파의 노력과는 별개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할 것이다.
케이블 MSO의 8VSB 허용과 더불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마구 파고들어 최소한의 지상파 미디어 플랫폼을 무너트리려는 미래부의 검토는 그 자체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 직접수신율이 낮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우리가 방해했으니 괜찮다’라는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