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없는 방통위 당분간 ‘개점휴업’?

후임 없는 방통위 당분간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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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방통위원사실상 한 달 이상 업무 공백
“시한부 정부에서 상임위원 임명하는 것은 ‘알박기’” 정치권 반발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3기 상임위원의 임기가 3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면서 4기 상임위원 구성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방통위 구성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4월부터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3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 공개, 5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 시작, 9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종료 등 당장 처리하거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기 상임위원 5명의 임기는 3월 말부터 시작해 6월까지 차례대로 만료된다. 먼저 김재홍 부위원장과 이기주‧김석진 상임위원은 3월 26일, 최성준 위원장은 4월 7일에 임기가 마무리되고, 자격 요건 때문에 뒤늦게 임명된 고삼석 상임위원은 6월 8일 임기가 끝난다.

이중 김석진 상임위원은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연임이 결정돼 연임안이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임명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장차관급 인사인 방통위 상임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이를 놓고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를 벗어난 적극적 인사를 단행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며 황 권한대행의 지명 및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3월 17일 논평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3월 26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이기주 상임위원 후임 임명을 위해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탄핵 사태로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정부에서 차기 정부 임기와 같이 할 상임위원을 임명하려는 것은 차기 정부 인사권에 대한 알박기 시도이며 뻔뻔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이어 김석진 상임위원에 대한 임명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었고, 국민의당 등 구 야권이 집권할 경우 여야 추천 상임위원간의 신분과 지위가 상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근에는 후임 임명을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이 적합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으로만 따지만 황 권한대행이 후임을 임명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대통령 파면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 정부에서 방통위 상임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지지부진하다. 민주당은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 원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한 뒤 이를 당 최고위원회에서에서 확정하고 3월 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2월 27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갑자기 최 전 원장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통위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존 위원의 임기 자동 연장과 연임 등의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기존 위원들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거나 현행법 상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니 3기 위원 모두 연임을 하게 하는 건 어떠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법 개정을 해야 하고, 상임위원 추천이 정치적 셈법으로 이뤄진다는 점과 임기 연장도 임면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자도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방통위의 행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