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타깃 매장에 들어선다. 매니저를 만난 이 남자는 고등학생 딸 앞으로 출산 용품 관련 쿠폰이 배달됐다며 “내 딸이 임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냐”고 강력 항의했다. 영문을 모르는 매니저는 사과했지만 며칠 뒤 딸이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가족도 모르는 사실을 타깃이라는 업체가 먼저 알고 출산 용품 관련 쿠폰을 보냈던 것이다.
타깃뿐만이 아니다. 아마존닷컴에서 책을 구입해본 사람이라면 아마존닷컴에서 보내준 쿠폰을 보면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잘됐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마존닷컴 역시 고객이 구입한 책을 분석한 뒤 고객에 맞춰 읽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의 할인쿠폰을 보내준다.
이처럼 빅 데이터 사회가 현실화하고 있다. 내가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카드를 쓰는지, 얼마를 쓰는지 또 어떤 용품을 주로 구입하는지, 봤던 책은 무엇인지 등 얼마 전까지는 활용되지 않았던 개인 정보들이 이제는 분석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빅 데이터란 슈퍼컴퓨터 같은 설비를 이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해 의미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로 위에서 나온 것처럼 기업에선 소비자의 소비패턴 분석에 빅 데이터를 이용해 마케팅 전력을 펴거나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정부 역시 공공 빅 데이터 활용으로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스마트 국가 구현을 위한 빅 데이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 내 빅 데이터 공동설비를 구축해 빅 데이터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한 뒤 빅 데이터 관련 전문 인력 양성과 법령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최근 폭발적으로 등가하고 있는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빅 데이터 관련 16개 과제를 발굴해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빅 데이터가 새어나갔을 때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빅 데이터에는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드 이용 내역 심지어 주 활동 지역 등 구체적인 생활 정보가 포함돼 있다. 범죄에 이용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난달 20일 KBS‧MBC‧YTN 등 방송사와 금융사의 전산망이 마비된 것처럼 사이버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빅 데이터 해킹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들이 서비스나 마케팅에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빅 데이터 자체가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해킹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빅 데이터 활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돼가고 있다. 매일 대량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축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글로벌 흐름에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암호화, 본인확인기관 검증, 모니터링 강화 등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 내부적으로 보안체계를 만들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정보유출시 제재 방안 등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 산업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 육성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빅 데이터가 지니고 있는 정보는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곳곳에 널린 사회에 살게 될지 아니면 소비자‧기업‧정부 모두에게 득이 되는 진정한 빅 데이터 사회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