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호화 해외 출장’ 논란에 휩싸인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해임’을 주장하고 있어 방 사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문체부가 싸늘한 여론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방 사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 당시 가족을 동반해 한 끼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식사를 하는 등 부적절한 출장 경비 사용 의혹이 제기되자 문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 사장이 지난해 9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UN 총회 참석을 위한 방미 출장에서 가족 여행과 쇼핑을 즐기는가하면 호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최고급 차량(리무진)을 렌트하는 등 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쓴 것으로 확인됐다”며 출장 관련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등의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에는 홀로 뉴욕 출장길에 올라 뉴욕에서 항공편으로 세 시간 거리인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 인근 최고급 식당에서 회삿돈으로 천 달러가 넘는 식사비를 지출했는데, 알고 보니 당시 방 사장의 아들은 듀크대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실무자들끼리 합의가 완료된 UN TV 론칭 문제와 관련해 갑자기 직원들을 다그쳐 홀로 미국 출장을 가서는 최고급 숙소에 묵으면서 한 끼에 80만 원이 넘는 초호화 식사를 하고 심지어 미국 유학 중인 아들을 만나 회삿돈으로 한끼 식사에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며 “제보자에 따르면 이 출장 역시 사실상 가족 여행이며, 숙박과 식사를 가족들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리랑TV는 문체부 소속 기관임에도 자체적으로 재원 마련을 하지 못해 매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이처럼 재원구조가 열악한 상황임에도 그 수장이 회삿돈을 흥청망청 쓴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리랑TV는 문체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운영 재원은 방발기금 등 공적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아리랑TV는 바로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아리랑TV는 “방 사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출장 시 가족을 동반 사실이 없으며, 가족의 식사비를 법인카드로 지불하지도 않았다”며 “다만 출장비 정산 과정에서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은 실무진의 실수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바로 “방송사 최고책임자로서 정말 심각한 ‘모럴헤저드’가 아닐 수 없다”며 “당장 특별감사에 착수해 부패비리를 수사하는 한편 ‘세금도둑’을 처벌하고 혈세를 전액 환수해야 한다. 또한 문체부와 방통위는 아리랑TV가 본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점검하고, 국민에게 보고하는 등 공적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일 서울 서초동 아리랑TV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 사장의 사의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사의를 수용할 경우 방 사장은 또 다시 국민 세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하게 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 사장을 해임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방 사장에 대한 비리 의혹은 현재 알려진 것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를 흥청망청 불법 사용한 간 큰 기관장이라면 각종 이권 사업에 이해 관계자들을 동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체부의 특별 조사만으로는 방 사장의 방대한 비리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기 어렵다”며 “구속 수사와 감사원 특별 감사으로 방 사장의 부패비리 전모를 밝혀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2일 중으로 방 사장의 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 이와는 별도로 전날 착수한 아리랑TV 특별 조사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