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후폭풍이 온다. 공무원들 ‘뒤숭숭’

협상 후폭풍이 온다. 공무원들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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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극적으로 정부 조직 개정안에 합의하며 새로운 정부의 국정 운영 난맥상은 어느정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뒤숭숭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관료, 즉 공무원들이다. 실제로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 타결이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공무원들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미래와 조직의 앞날을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부처가 신설되고 업무가 새롭게 분장되면서 공무원들은 정해지는 정부 부처에 따라 자리를 옮기거나, 혹은 기존 조직에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속부처에 따라 거주지 및 승진과 퇴직 후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공무원들은 유독 정부 조직 개정안 합의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런 이유로 조직 자체가 변함에 따라 남는 자와 떠나는 자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에 직면한 곳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다. 여야의 정부 조직 개정 협상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걸림돌이 바로 방송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문제였기 때문에 당연히 조직의 변화가 제일 두드러진다. 당장 규모부터 남다르다. 약 500명이 근무하는 방통위 직원 중 350명이 미과부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PTV 정책 업무가 미과부로 이관되면서 방송통신정책융합실 소속 120명의 직원들이 과천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즉 방송통신정책융합실은 기존 방통위에서 통째로 미과부로 이전되는 셈이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조직 하나가 사라지는 격이다. 게다가 정부 조직 협상의 쟁점 중 하나였던 케이블 SO 정책도 미과부로 이관됨에따라 방송정책국의 직원 일부도 방통위에서 미과부로 자리를 옮긴다. 통신관련 제도를 총괄했던 통신정책국도 당연히 미과부로 옮겨간다. 이는 총 100명 규모에 육박하며, 이에 따라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다고 하지만 기존 2실 4국 6관 체제에서 최소한 1처 3국 11과로 덩치가 작아질 전망이다.

기존 방통위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대부분이 미과부로의 이동을 원한다는 소문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이 주축이 된 방통위 간부들이 인수위 원안 그대로 통과된 미과부에서 자신의 승진 및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미과부를 선호한다는 설도 파다한 편이다. 동시에 익명을 요구한 방통위 관계자는 “조직이 축소되면 당연히 운신의 폭도 좁아지기 때문에 주로 행정고시를 합격한 엘리트들이나 높은 직급의 관료, 그리고 구 정보통신부 출신 직원들은 당연히 미과부를 선호한다”며 “공무원의 파워는 기금 운용에서 나오는데, 조직이 작아진 방통위보다 미과부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미과부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방통위 외에도, 과학기술분야 업무를 미과부로 이전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방통위와 달리 대부분의 업무가 이전되지 않았다. 핵심쟁점이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등 산학협력업무가 그대로 남게되어 미과부로의 이동 인력은 200명 전후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는 “생각보다 미과부로의 업무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과부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그만큼 신설되는 미과부가 공무원들 입장에서 탐이 나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