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꾼 종편

헛된 꿈꾼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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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8개월을 넘긴 종합편성채널이 글로벌 경쟁력은커녕 ‘1% 시청률’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 등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헛된 꿈이었음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종편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종편 도입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지상파 독점 구조 해체, 일자리 창출 등 근거 없는 전망을 내놓으며 종편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미디어렙 법안, 황금채널 배정, 방송발전기금 납부 유예 등 온갖 퍼주기 정책을 남발했다.

그런데 출범 이후로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 정책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전망들은 여전히 ‘헛된 망상’일뿐 이뤄진 것은 전혀 없다.

 

   
 

“글로벌 경쟁력?” 콧웃음만

방통위가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이다. 종편 사업자들 역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큰 소리쳤지만 현실은 이들의 공언과 달리 1% 시청률에 재방송으로만 가득한 재탕 방송을 하고 있다. 오히려 종편 등장 이후 케이블 방송의 질 좋은 콘텐츠들이 더 주목받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전문가는 “종편의 납입 자본금을 보면 4개사의 자본금을 다 합쳐도 글로벌 그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미국 등과 유사한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로그램 즉 콘텐츠의 개발인데 종편은 여전히 해외 수출이 가능한 프로그램보다는 (제작비가 비교적 덜 드는) 뉴스 보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글로벌 경쟁력 육성이라는 목표는 없었던 것이다.

 

2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 … 어느 세월에

또한 종편이 도입되면 생길 것이라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당초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종편 도입과 함께 2000여 개의 직접고용과 2만여 개의 간접고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기존인력이 재편되기만 했을 뿐 신규 인력 고용은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지난 6월 방통위가 발간한 ‘종합편성·보도전문PP 승인 백서’를 보면 1만6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 채용된 신규 인력 수치를 보면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일자리 창출이 종편 출범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는데 각 종편사별로 살펴보면 각 사당 겨우 10~20명 정도의 인력만 채용됐을 뿐”이라면서 방통위의 예측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종편 도입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 대학생 김은주(27) 씨는 “몇 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IPTV의 경우에도 그렇고, 이번 종편의 경우에도 그렇고 방통위에서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면서 끊임없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걸고 있는데 실제로 이뤄지거나 입증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방통위의 말은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편 더 이상 존재 이유 없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론학자들은 방통위가 종편의 퇴출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종편이 재방송에 값싼 해외 프로그램까지 마구잡이로 편성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종편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질 낮은 종편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 무능한 종편을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언론청문회를 통한 종편의 퇴출을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경기침체로 당분간 덩치가 큰 종편의 매각이나 합병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종편 스스로 퇴로를 짜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