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합산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월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연기됐다. 이에 따라 KT 진영과 반(反) KT 진영의 막판 여론전이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월 12일 국회 미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방위 법안소위가 새누리당 간사 교체로 인해 설 연휴 이후인 2월 23일 오전 10시로 연기됐다. 앞서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조해진 의원이 원내 수석부대표가 되면서 간사 교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후임 간사로는 정무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등을 거쳐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민식 의원이 내정됐으나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어 법안소위를 설 연휴 이후로 연기하자는 데 여야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결론을 맺지 못한 합산규제 법안도 설 연휴 이후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케이블, IPTV, 위성방송의 합산 가입자를 33%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현재 이 법안에 적용되는 사업자는 IPTV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갖고 있는 KT 뿐이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KT 진영과 통과를 촉구하는 케이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반 KT 진영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방위 여야 간사는 합산규제를 ‘3년 일몰’로 도입한 뒤 다시 판단하기로 하는 절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점유율 제한을 기존대로 33%로 할지, KT의 요구대로 49%로 할지 또한 일몰 여부를 담을지에 대해서 논의했으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 유통망 대표단의 국회 항의 방문도 이번 법안소위 연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유통망 대표들이 2월 10일 합산규제 결사반대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해 미방위 소속 의원들을 방문했는데 의원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의견 수렴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스카이라이프 유통망 대표들은 “그동안 순탄치 못했던 국내 위성방송 사업이 합산규제로 인해 또 한 번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며 “재벌기업의 뜻대로 국민기업 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동차며 휴대전화 심지어 라면에 소주까지 한 회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마당에 3분의 1도 안 되는 위성방송 가입자를 더는 모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미래가 사라지는 합산규제,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가 없는 사전규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마련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반 KT 진영은 “합산규제는 KT를 더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입법 미비로 타 사업자들과 달리 점유율 합산규제에서 제외된 위성방송을 포함시켜 누구나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 측은 “KT가 ‘방송 공짜’ 마케팅으로 과도한 경쟁을 펼치며 가입자를 뺏어간 탓에 유료방송이 주 사업분야인 중소 유선방송사업자(SO)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스카이라이프나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우려도 이해하지만 SO가 처한 상황은 KT측과는 정도가 다른 심각한 위기”라고 호소했다.
한편 3년 일몰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도 통신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IPTV 사업자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