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지난달 협상이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방송 사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월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방송 산업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FTA 이후 방송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는 한중 FTA 체결로 중국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국내 콘텐츠 시장이 중국 자본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선의 한국방송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중국 미디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우수 PD와 작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하는 한편 국내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투자하고 제작사 인수까지 하고 있다”며 중국 미디어 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구분 |
사례 |
제작진 스카우트 |
장태유PD<별에서 온 그대>, 신우철PD<시크릿가든>, 홍미란‧홍정은 작가<최고의 사랑> |
공동 제작 활성화 |
팬엔터테인먼트+절강화책미디어그룹 <킬미 힐미> 공동제작 콘텐츠 K+람해화이형제엔터테인먼트 <연애쇼> 등 공동제작 문와쳐+차이나필름애니메이션 <레전드 히어로> 공동제작 SM C&C+유큐‧투더우 <슈주M의게스트하우스> 공동제작 CJ E&M+탄루루‧쥐허미디어 <난런방 2> 공동제작 |
제작사 지분 투자‧소유 |
주나인터내셔널 : 초록뱀미디어 인수 화책미디어그룹 : 넥스트엔터테인먼트 535억 지분 투자 알리바바 자회사 타오바오 : ROA미디어 설립 소후 : 키이스트 지분 6.4% 인수 |
<중국의 한국 방송 콘텐츠 시장 진출 유형별 분류>
이 정책전문위원은 무엇보다 국내 방송 시장의 선순환 가치 창출 사슬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과 수익 유출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자본이 투입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유통될 경우 대부분의 수익은 결국 중국 자본에 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 역시 중국 자본의 위험성에 공감을 표했다. 노 교수는 “제작 기술뿐 아니라 인력 유출까지 이어지면 나중에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우리가 봐야 하는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해외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내수 시장에서 초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도 선순환 생태계 구축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편성 제한을 폐지하자는 것으로, 방송사 자회사가 만든 프로그램도 외주 제작으로 인정하자는 법안이다.
이 정책전문위원은 “특수관계자 비율 제한이 장기간 존치되면서 방송사와 외주사가 협력 전략을 통해 윈윈하기 보다는 서로 양보를 받아내는 데 집착하는 협력 회피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다양한 협력 제작 모델이 가능토록 특수관계자 비율 제한을 폐지하고 이를 통해 중국 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게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건식 한국PD연합회 회장 역시 특수관계자 비율 조정 등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드라마제작협회 등에서는 지금처럼 방송사가 저작권을 독식하는 환경에서 특수관계자 편성 비율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오히려 방송 콘텐츠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협회 국장은 “드라마 제작사들을 죽이는 정책으로 국내 제작사들은 중국 자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 뒤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방송 시장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조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