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 노사 대립 ‘절정’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 노사 대립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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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의 200억 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따른 기자들의 반발로 시작된 한국일보의 노사 대립이 사측의 편집국 폐쇄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께 한국일보 사측 인사와 용역 업체 직원 등 약 20명은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한국일보 편집국에 들이닥쳐 당직 기자 2명을 건물 밖으로 내쫓고 편집국 출입문을 봉쇄했다.

당시 사측은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서명에 동의하지 않자 사측은 바로 기자들을 내쫓았고, 이어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기자들의 기사 집배신(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 시스템) 접속을 차단했다. 현재 ‘근로제공 확약서’에 동의하지 않은 한국일보 기자는 180여 명이고, 이들이 집배신에 접속하면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측은 16일 <한국일보 편집국 정상화를 위한 적법하고 불가피한 조치 취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조 측의 주장과 달리 편집국을 폐쇄하지 않았다”며 “모든 사원들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나 근로제공 의사가 없거나 사내 질서를 문란케 해 신문제작을 방해하는 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측은 “노조가 폐쇄라고 주장하고 있는 16일에도 편집국 부장 전원과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시설경비도 노조의 강성 주장에 반대하는 비편집국 사원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편집권 독립’이 아닌 회사의 인사 조치에 불만을 품은 일부 전임 편집국 간부들과 노조 집행부의 불법 행위를 더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노조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사주인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사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이후 지난 5월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 인사라고 반발하고 나섰고, 이때부터 한국일보는 ‘이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 왔다.

17일자 한국일보는 평소 발행 면수인 34~36면보다 30% 정도 줄어든 24면을 발간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기사는 통신사 뉴스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고 일부 기사는 바이라인을 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