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영학 CBS 매체정책부 부장]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돼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라디오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송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까지 디지털 라디오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그 이후 실질적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반면, TV는 이미 2000년대 초에 디지털화돼 고화질 영상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HDTV를 거쳐 현재 UHDTV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라디오는 기본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운 매체다. 물론 FM 방송 주파수의 일부를 이용해 간단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이터 채널 서비스(RDS, DARC)를 활용하면 제한적 부가 정보 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사는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오가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청취자의 눈높이와 만족도를 충족시킬 다양한 부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라디오의 활용 가치와 편의성을 높여주는 시도는 분명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은 라디오 방송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정보, 곡 정보, 선곡표 등 기본적 방송 부가 데이터와 청취자 게시판 등 양방향 서비스, 날씨, 현재 뉴스 등 청취자 편의를 위한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라디오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라디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능을 인터넷 라디오가 담당하며 FM 라디오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 라디오는 전파가 아닌 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데이터 소비와 배터리 소모에 대해 소비자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스마트폰에서 FM으로 라디오를 수신할 경우 데이터 소비를 최소화하고 배터리 소모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2016년부터 국회와 정부, 방송사, 시민단체에서 스마트폰 FM 수신 활성화를 줄기차게 요청해 2018년 국내 시판 신규 스마트폰부터 FM 수신이 가능하게 됐다.
더 나아가 방송 수신은 전파(FM)로 하고, 부가적 방송 정보와 청취자 피드백은 인터넷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라디오 서비스까지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라디오가 올드 미디어의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 미디어로 탈바꿈할 기회를 붙잡게 됐다. 또한, 2016년 경주 지진 등 최근 국가 재난 상황에서 통신망이 불통되는 경험을 하며 스마트폰 FM 라디오 기능은 실질적 재난 매체로서 중요한 의미도 갖게 됐다.
국내 하이브리드 라디오 서비스는 2018년 EBS가 처음으로 ‘반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작했으며, 2019년 4월부터 CBS가 LG전자와 협력해 ‘레인보우’ 앱에서 같은 서비스를 개시했고, 현재 불교방송, 경기방송, 한국교통방송이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 FM 수신과 하이브리드 라디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라디오 산업은 인공지능(AI), 5G 등 최신 기술과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미디어 경쟁자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숙제가 앞에 놓여있다.
라디오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이용이 가능한 매체로써 청취자와 함께 하는 참여형 매체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취자와 함께하는 자리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가정에서 라디오의 자리를 위협받게 생겼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서비스는 운전자가 영상 매체 시청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운전하며 라디오를 이용하는 행위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또한, AI 스피커는 가정에서 기존 라디오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형태의 라디오방송을 청취자들이 그대로 이용할 확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새로운 시도와 서비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롭게 다가올 환경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각적으로 준비해 이용자에게 선택받을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막 선보인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통합 앱 서비스의 추진, AI 기술을 이용해 청취자 이용 행태와 선호도 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 AI 스피커에 적극적 오디오 콘텐츠 제공 등 그 어느 때보다 협력 모델 개발, 최신 기술의 적극적 활용 등을 고민해야 할 때다.
※본고는 KOBA 2019 Daily New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