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초고화질(UH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1일부터 에펠탑에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최근 방송 규제 기관인 방송위원회(CSA)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재할당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 페이스북
|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세계 3대 방송 장비 전시회인 ‘IBC 2014’에 참석한 뒤 프랑스 CSA 기술총괄책임자(Director of technologies) 프랭크 르붸글르(Frank Lebeugle) 국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CSA는 최근 700MHz 대역 주파수를 UHD 등 지상파 신규 서비스용으로 재할당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으며, 이 보고서가 채택되면 프랑스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으로 활용하는 유럽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지상파 실험방송으로 진행했고, 7월부터는 프랑스 지상파 송출 사업자인 ‘TDF’가 유럽 음악 유료 방송 전문 채널인 ‘NRJ’와 함께 에펠탑에서 DVB-T2와 HEVC 조합으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TDF는 NRJ가 보유한 뮤직비디오 4K 영상과 기존 HD로 제작된 음악 영상도 업스케일링해 송출 중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공영방송사인 BR도 방송 연구 기관인 IRT와 함께 DVB-T2와 HEVC 기술을 이용한 실험방송을 지난 7월 10일부터 뮌헨에서 실시 중이다. 이상진 SBS 정책팀 박사는 <방송과기술>을 통해 “독일은 뮌헨 두 지역에 DVB-T2 송신 사이트를 각각 설치해 1개 주파수(채널 43번, 650MHz)로 단일주파수망 방식인 SFN을 구성해 방송을 실시 중이며, 고정 수신뿐만 아니라 이동수신 테스트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주파수 정책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방송인 UHD 경쟁력 확보를 위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유료 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통신 업계의 반대로 지상파 UHD 방송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몇 년 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하지만 UHD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콘텐츠의 80% 이상을 지상파 방송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방송을 배제하고는 UHD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 중심의 UHD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프랑스가 CSA의 보고서를 채택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늦은 상황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700MHz 대역 주파수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해 UHD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