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미국의 금융위기,그 결말은?

풀리지 않는 미국의 금융위기,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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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권/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뉴욕증시가 또 한 번 폭락하고 유가와 금값이 폭등했다. 도무지 금융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부실정리공사와 같은 기구를 만들 시간 여력도 없어서 재무부가 직접 나서서 국채를 발행해 7천억원을 조성하고 재무부 장관인 헨리 폴슨 장관이 거의 ‘백지 수표’에 가까운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부실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고, 사실상 미국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최후의 대책을 내놓은 셈인데도 어째서 상황이 수습되고 있지 않는걸까.
좀 더 들여다보면 사실 미국 경제는 금융시스템 부실과 붕괴의 워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눈덩이처럼 부실이 커져가고 있는 금융시스템 이외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잠복되어 있고, 더구나 금융위기 여파로 시작된 실물경기 침체가 향후에 더 큰 짐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정부의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계획은 금융시스템 부실, 인플레이션, 실물경기 침체라고 하는 세 가지 큰 경제난관 가운데 금융시스템 안정을 겨냥한 것일 뿐이었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자 대규모 국채발행을 발표하니, 곧바로 늘어날 정부의 재정적자와 이로 인한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되었고 이것은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와 금값, 곡물 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45달러를 넘나들던 석유가격이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들고 투기자본 유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겨우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이번 구제금융조치가 다시금 ‘선잠이 들었던 인플레이션을 깨운’셈이 되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와 주가를 떨어뜨리며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금융불안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실물경제는 계속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기업들은 경색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이번 구제 금융대책이 그나마 파산 직전의 금융시스템 구제를 제대로 해줄지도 의문이 든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7천억 달러로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방법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경우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금융기관들은 낮은 가격을 내서라도 부실자산을 매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금융기관들이나 중소 은행들은 여기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지방 은행들 중 최소 100여개 이상이 향후에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자본의 수십배를 넘는 차입으로 동원해 각종 고위험의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유통시킴으로써 금융부실을 자초했던 투자은행과 대형 금융기관들에게 어떠한 ‘징벌적 조치’도 없이 세금을 동원해 살려주려는 형편인데, 반면에 이들 금융기관들의 약탈적인 대출로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거나 채무상환을 못하고 있는 수백만 주택담보 대출자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확실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실책임이 있는 금융기관들은 살려주고 대출받아 가계 파산위험에 놓인 미국 국민들은 방치하고 있는 대단히 불공평한 대책이라고 비판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후에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사이, 월가를 빠져나온 국제적 금융자본은 바야흐로 자유화된 자본시장 네트워크를 움직이며 전세계에서 투기성 이익실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이미 완전하게 개방되고 자유화되어 있는 한국의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이들 투기자본에게는 노려볼만한 투기 이익실현공간이 될 것이다. 비록‘설’로 끝났지만 불과 얼마전 우리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퍼진 ‘9월 위기설’은 바로 투기적인 이들 외국 금융자본이 단기 이익실현을 위해 이른바 ‘공매도’를 감행하면서 발생한 금융 혼란이었다. 앞으로도 제 2, 제 3의 9월 위기설이 조장되면서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마당에 금융 규제완화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외부적 금융충격을 완화할 금융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