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을 VR 게임처럼”…JTBC ‘부부의 세계’ 의견진술 청취 후 심의키로 ...

“폭행을 VR 게임처럼”…JTBC ‘부부의 세계’ 의견진술 청취 후 심의키로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 성 고정관념 조장 우려로 ‘행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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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화면 캡처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가해자의 시점에서 묘사하면서, 폭행을 VR 게임처럼 연출해 논란이 된 JTBC ‘부부의 세계’ 등 성평등을 저해하거나 성인지 감수성이 미비한 내용을 방송한 프로그램 6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5월 13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먼저, JTBC ‘부부의 세계’는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거나 괴한이 침입해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괴한의 시점에서 묘사하는가 하면, 유부남에게 명품 가방을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 등을 방송했다. 또, 같은 내용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 이에 대해 방심소위는 ‘의견진술’을 청취한 후 심의하기로 했다.

또한, 초등학생의 일상을 그린 애니메이션에서 남학생이 숲속에서 용변을 보는 여학생의 모습을 우연히 찍은 후, 이를 빌미로 여학생에게 협박성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 등 최근의 디지털성범죄를 미화하고, 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한 브라보키즈, 챔프(Champ), 대교어린이TV ‘안녕 자두야’도 ‘의견진술’ 청취 후 심의하기로 했다.

고등학생 등 남성 손님들에게 호객행위 하는 김밥집 여성 종업원들의 다리 등 신체 일부를 근접 촬영해 방송하고, 김밥집에 방문한 남성들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등 성을 상품화해 묘사하고, 양육비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한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역시 ‘의견진술’ 청취 후 심의하기로 했다.

SBS-TV ‘더 킹 : 영원의 군주 1·2부’는 극 중 여성 총리가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 여성 관객이 남성의 조정 경기를 보며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방심소위는 “성평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공적 매체인 방송은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설 의무가 있다”며 “방송에서 성범죄 미화, 성 상품화, 성 고정관념 조장 등의 내용이 드러난 점은 우려스럽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자정을 넘겨 진행된 가요 경연 생방송에 만 13세인 청소년을 출연시킨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2부’, ‘7세이상시청가’ 등급의 게임 방송에서, 눈에서 피가 흐르는 사람의 머리 모양을 한 장애물을 뛰어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한 애니플러스 ‘탁주TV 시즌3’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현직 경찰관이 귀가하는 여성을 덮쳐 넘어뜨린 후 추행을 시도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흐림 처리만 한 채 반복해서 방송한 MBC-TV ‘MBC 뉴스데스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검찰 출석에 대해 대담하며, 출연자가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과 SNS 글에 대해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대해서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권고’ 또는 ‘의견제시’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서, 심의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며,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지는 ‘과징금’ 또는 ‘법정 제재’는 소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심의위원 9인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며, 지상파, 보도·종편·홈쇼핑PP 등이 과징금 또는 법정 제재를 받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