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통해 보도에 개입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야 3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추천 7대 6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 김경진 국민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주최로 7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주제로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제자로 나서 야3당의 합의를 거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 총 13명으로 증원하고 사장 선임 시에는 재적 이사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 △편성위원회 위원 구성도 지금처럼 사 측이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 측과 종사자 측에서 5명씩 추천해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사회 비공개회의의 사유를 제한하고 회의의 속기록과 녹음기록을 공개하도록 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노조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야3당의 합의된 법안이 나온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며 이번 방송법 개정안 마련이 굉장히 기쁘다”고 말문을 열며 추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세세한 부분에 대해 제언했다.
이번 개정안은 결국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국회로 옮기는 것으로 이로써 국회의 합의를 거쳐 국민 대표성을 보다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방송이 탈정치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의원 역시 “근본적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방송을 독립하겠다면서 중심을 국회로 가져오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동의하면서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단계가 필요하고 현재로써는 이번 개정안이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해 축하와 인사말로 이번 개정안을 지지했다. 김 대표는 “독일이 민주주의를 가장 잘 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라며 “제20대 국회가 합심해 나라를 위한, 나라에 도움이 되는 공영방송 체제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