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다수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특별다수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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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특별다수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별다수제는 지난해 3월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출범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방송공정성특위)에서 도입 여부를 놓고 거론된 바 있으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 보도 논란으로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편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다시 한 번 논의의 선상에 오르고 있다.

특별다수제는 KBS 이사회 구조처럼 여·야 추천 비율이 정해져 ‘과반수’를 정족수로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장치로 과반이 아닌 ‘2/3 또는 3/4 이상 찬성’을 적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사회가 사장을 추천하거나 임명할 때 공정성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방송공정성특위 당시 민주당 추천 인사로 참석한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당시 중앙대 교수)은 “공영방송의 공정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크게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방법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사회 구성은 여야 교섭단체 동수 추천과 합의 추천을 함께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추천 혹은 임명할 때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과 특별다수제 도입이라는 방안은 최근 ‘길환영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제시되고 있다.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특별다수제라는 것이다.

특별다수제의 경우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공영방송의 중립을 위해 가장 폭넓은 동의가 이뤄지고 있는 방안이기에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도 사장 선임 등 중요 의사결정에 적절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본 NHK의 경우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NHK 경영위원회라는 기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NHK 최고경영자인 회장을 선임할 때는 12명의 3/4인 9명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특정 정파나 정권의 일방적인 지명에 의해 사장이 임명되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 공영방송 ZDF도 다양한 이해집단의 대표 77명으로 구성된 방송위원회를 두어 이들 중 3/5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 선임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입법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일본과 독일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 사례는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 선임 제도 개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며 “정부나 특정 정당이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KBS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여야 동수 추천이 허용될 수 없다면 최소한 특별다수제만이라도 적용되어야 한다”며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KBS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사회 동수 추천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특별다수제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KBS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이자 가장 현실적인 제안인 특별다수제가 이번 기회로 도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