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폭증’ 우려가 현실 됐다

‘트래픽 폭증’ 우려가 현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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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실시에 따른 트래픽 급증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 통신 업계가 무제한 요금제 폐지 또는 네트워크 기술로 트래픽 폭증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LTE 가입자들의 데이터 트래픽은 69,402 테라바이트(TB)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월 말 기준인 66,613 TB보다 약 3,000 TB 늘어난 것으로, 전년 대비 61.4% 증가한 수치다.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인한 트래픽 급증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SK텔레콤

앞서 이동통신사들은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속도 제한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트래픽 폭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말대로 아직까지는 트래픽 대란으로 인한 블랙아웃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 출시 한 달 만에 데이터 트래픽이 3,000 TB 늘어난 것을 볼 때 앞으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면 트래픽 폭증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달부터 걱정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면 각종 모바일 콘텐츠가 증가하는 만큼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 역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중 70~80%가 음악과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가 나오는 만큼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처럼 무제한 요금제에 따른 트래픽 폭증과 서비스 품질 저하가 통신 업계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스몰셀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CDMA나 3G, LTE 등 모든 통신의 기본은 기지국인데 기지국 사이사이에 중첩되거나 비는 부분이 생긴다. 이런 기지국 사이의 공백을 메우거나 경계면에서 간섭이 생길 경우 필요한 것이 바로 소형 기지국인데, 스몰셀이 바로 이러한 작은 영역을 담당하는 소형 이동통신 기지국이다.

스몰셀 구축은 곧 작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다 촘촘하게 깔아 데이트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속도와 커버리지를 높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몰셀을 활용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경기장이나 번화가, 고층 사무실 건물과 같은 환경에서 네트워크 과부하로 데이터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업계가 스몰셀 등 네트워크 기술로 트래픽을 관리하는 것에 주력하기보다 추가 주파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는 “LTE 가입자 확보와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ARPU)을 높이기 위해 (트래픽 폭증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 이동통신사들이 트래픽 폭증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트래픽 문제는 이동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기술적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는 도입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통신 네트워크 컨설팅 업체인 아리에소(Arieso)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LTE 데이터 사용자 중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가 LTE 데이터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 업계와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헤비유저 일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트래픽 폭증 문제는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통신 업계에서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만큼 트래픽 폭증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 업계가 추가 주파수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와 방송 업계의 목소리다. 주파수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트래픽 문제를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 쪽에 할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첫 기자단 오찬에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면서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동영상만 보면서 이동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인지 사회 어른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요금제로 데이터 폭증을 가져온 통신 업계가 과연 트래픽 폭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