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청률’ 윤곽 나왔다

‘통합시청률’ 윤곽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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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전통적인 TV 시청률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새롭게 시청률을 산정해야 한다는 ‘통합시청률’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통합시청률의 구체적 산출방안이 제시됐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지난 1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스마트미디어 시대 시청점유율 조사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통합 시청조사 결과 산출을 비롯해 통합 시청점유율 산출 방안, 통합 시청조사 결과 활용 방안 등이 공개됐다. 지난해 방통위가 통합시청점유율 제도 도입 계획을 밝히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으나 공개적으로 의견 수렴의 자리가 마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조사하나? = 이날 발제에 나선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통합시청률은 모든 시간·공간·단말에서의 방송 프로그램 시청을 통합 조사해 시청자의 시청시간 중 특정 방송채널에 대한 시청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통합시청률은 기존 시청조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로 기존의 개념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시청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시청 조사대상 범위 △옥외시청 조사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다. 통합 시청점유율 산출과 관련해서는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의 합산 기준 △시청유형별 가중치 부여 여부 △동시시청 단말 처리방식 △패널 구성 유형에 따른 합산 방식의 차이 △사업자 데이터 활용 여부 △누적 시청자 수 개념 도입 여부 등이다.

성 연구위원은 먼저 ‘시청 조사대상 범위 설정’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제 소비 행태를 반영해 방송사의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시청자가 시청하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하되, 본방 프로그램과 동일하지 않은 형태까지도 설정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옥외 시청 조사 범위’는 현재의 기술적 제약을 고려해 패널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말을 통한 시청조사에 국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의 합산 기준’에 있어서는 비실시간 시청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이 최초 편성·방영된 채널로 귀속시키고 VOD 시청패턴·조사예산 한계·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본방 이후 1주간(7일)의 시청분을 합산하는 안이 나왔다. ‘시청유형별 가중치’는 사회적 합의나 산식을 이끌어내기가 복잡한 관계로 부여하지 않고,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한 ‘동시시청’은 단말의 수만큼 시간 셀을 분할 처리하며, 각 패널의 연령구성비 등 조건을 동일하게 설계한다는 전제하에 ‘패널 구성’은 고정형TV 패널과 PC·모바일 패널을 분리해 시청시간을 합산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외 ‘사업자 데이터’ 전수 데이터일 경우 정확한 패널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그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소비됐는지를 알 수 있는 ‘누적 시청자 수’는 통합 시청조사의 실효성을 부각할 수 있고 헤비 유저에 의한 왜곡 가능성이 내포된 현행 시청시간 기준 지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기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 이와 같은 통합 시청조사 논의 자체가 규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날 다수 토론자들은 수많은 우려를 표했다.

오형일 KBS 편성본부 편성전문PD는 “통합시청률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규제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상 모든 사업자가 불안하고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며 “조사를 위한 기본 측정단위나 합산 방식 등을 고민하기에 앞서 규제용 통합 시청점유율 조사에 대해 명확한 경계 짓기가 필요하고, 이것이 통합시청점유율 논의를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제 YTN DMB 정책기획팀장은 “보도채널의 경우 라이브로 방송이 진행되고 반복적인 리포트가 많아 VOD 다시보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를 포함하는 것이 통합시청점유율 조사의 도입 의도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서울역 등에서 옥외시청을 조사에 포함하는 것은 예산이 많이 들어 어려울 경우 리서치나 설문조사 같은 정량 아닌 정성치의 조사를 통해서라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실제 통합시청률 조사에 사용되는 데이터들 사이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방송 프로그램 앞에 붙는 광고와 VOD 프로그램 앞에 붙는 광고는 (접근의도 등이) 질적으로 다른데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정규화할 것인지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신력 있는 기관이 시청률을 수치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도달자에 있어 광고 단가를 변화시키는 부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충되는 부분을 조절하고 비편파적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 논리나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는 논의 자료를 초기부터 공개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디어 매트릭스를 만들어지면 중장기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지체할 이유가 없고 문제점은 차차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성 연구위원은 “통합 시청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업계에서도 꾸준히 제기했던 이슈라는 점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사업자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공표 방식을 설정하고 규제 활용 방식은 추후 검토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시간과 비실시간을 프로그램 단위로 발표하는 등의 세부사항은 시장에서의 활용 정도를 살펴본 후 합산·공표 방식을 추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