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LTE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 가입자들에게 제공량 상향 조정을 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비싼 LTE 요금제에 대해 가입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성의있는’ 대응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데이터 트래픽’을 호소하며 주파수 확보 당위성을 주장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변화이기에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의 저변 확대로 인해 3G 데이터가 폭증하여 몇 차례 심각한 ‘트래픽’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작년 말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가입자들의 스마트폰 불통 사태가 발생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해소하기 위해 주파수를 더욱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이미 ‘국민 톡’이라 불리는 ‘카카오톡’의 데이터 처리 방식에 제동을 걸고 압박에 나서기도 했으며 NHN의 스마트폰 야구 생중계 서비스를 데이터 트래픽 폭증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KT의 경우 삼성 스마트 TV 인터넷 회선을 무단으로 끊어버려 ‘망중립성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좌충우돌이다.
공공연한 비밀..통신사의 두 얼굴
하지만 통신사들의 카카오톡 비판은 그 이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문자 메시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던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급격한 수익 절감에 직면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또 NHN의 스마트폰 야구 생중계를 일반 시민들이 와이파이 환경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통신사의 압력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KT-삼성의 스마트 TV 회선 문제도 ‘망중립성 가이드 라인’에 비추어 볼 때 KT의 ‘오버’였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3G 환경에서 데이터 트래픽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파수 확보 당위성을 주장하던 통신사들이 LTE에 접어들어서 다시 ‘관대한 데이터 논리’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LTE 34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용량이 기존 500MB에서 750MB로 LTE 62 요금제는 4GB에서 6GB로 늘리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LTE 데이터 제공량 상향 조정에 부정적이던 SKT도 1500명(10%) 이상 증가한 일 평균 1만6000여명이 LTE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밝혀졌기 때문에 결국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KT도 현재 LTE 기본 데이터 제공량 확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이런 상황인식은 ‘악몽의 순환’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3G 시절 가입자 유치를 위해 데이터 트래픽은 고려하지 않은체 사업적 이익에 몰두하던 통신사들이 결국 대대적인 데이터 트래픽 사태를 유발시켜놓고 이를 핑계로 최시중 당시 위원장의 방통위를 앞세워 추가적인 주파수를 확보한 정황이 다시 한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을 위한 700MHz 필수 주파수가 결국 통신에 부분 할당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시대에 접어들어 통신사들은 또 한번 자사의 이익을 위한 무차별 주파수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형국이다.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며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자초해놓고 종국에 이를 이유로 추가적인 주파수를 또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사실은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데이터 무제한’의 유혹에 공공의 이익이라는 부분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주파수의 활용 목적을 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LTE 데이터 상향 조정은 곧 ‘무제한 요금제’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친통신 인사로 분류되는 이계철 방통위원장이라고 해도 올바른 주파수 로드맵을 재구성 해야 한다는 것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제 4 이통사 선정 불발로 사장되어 버린 와이브로에 통신사 주파수를 7년 동안이나 할당해버려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논의한다고 자평했던 ‘광개토 플랜’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지금, 주파수 확보 전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