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일명 ‘택시법’이 2013년의 시작을 요란하게 알리고 있다. 벌써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안은 약 2조 원의 예산으로 집행될 예정이며 2조 원 중 9,000억 원은 유가보조금 지원, 부가가치세 경감 등 세제 혜택이라 별도의 예산이 소요되지 않지만 감차 보상비용, 택시업계 추가지원금 등에 실질적으로 약 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해도 택시회사 사장 좋은 일만 시킬 뿐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의 향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정부에서 버스업계를 달래기 위해 약 3,000억 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민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도 벌떼처럼 일어나 택시법을 통과시킨 여야 국회의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일이 지난달 28일 국회에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실은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 특별법’을 정식으로 발의하며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개인 사업자에 불과한 유료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공론화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공동발의 의원도 여야가 없다. 길정우, 김을동, 남경필, 박대출, 이만우, 이에리사, 이완영, 이우현, 주호영 의원. 유료 방송 활성화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법안을 만들어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공식화한 것이다.
당장 반발이 심하다.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숭고한 원칙은 모두 무시되고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를 담은 법안의 등장은 유료 방송 업계의 눈치를 의식한 정치권의 꼼수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이해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돈 내고 방송을 보라며 등 떠미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원법이 국민이 체감하는 미디어 서비스와 얼마나 정비례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역시, 여러모로 택시법과 유료 방송 지원법은 닮았다.
택시법의 통과를 주장한 정치인들은 관련 산업의 활성화 및 기타 서비스의 증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동시에 유료 방송 지원법을 주장한 정치인들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택시법이 택시 업계의 영향력을 의식한 정치권의 꼼수로 비판받는 것처럼, 유료 방송 지원법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이익단체에 선심성 특혜를 퍼주는 재앙적 포퓰리즘이라는 사실을. 그러고보니 또 하나 닮은 것이 있다. 택시법이 택시회사 사장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고 비판받는 것처럼, 유료 방송 지원법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