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불법 로비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큐릭스 지분 인수 및 방송법 개정 과정으로 옮겨지면서 방송법 개정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MSO)인 티브로드는 2008년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처리됨에 따라 2009년 2월 큐릭스를 인수했다. 2009년 이전 방송법은 전국을 77개 케이블방송 권역으로 나눴고, 특정 사업자가 1/5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미디어산업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꼭 풀어야 할 제한 규정이었다. 이후 방통위에 의해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당시 14개의 SO를 거느리고 있던 티브로드는 불과 3개월 만에 6개의 SO를 가지고 있던 큐릭스를 인수하고 업계 1위로 부상했다. 이 같은 정황상 이유 때문에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티브로드가 정치권이나 방통위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태광그룹 관계자가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통위 관계자에게 성접대를 한 사건 역시 이러한 로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검찰은 로비 관련 의혹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성매매 혐의만 적용했는데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큐릭스 지분 인수에 대한 방통위 승인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접대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가성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방통위는 태광그룹과 관련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정책방향’ 심포지엄에 참석한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가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및 방통위 등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통위가 검찰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태광그룹 관련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지상파재전송 분쟁 등 방통위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상파재전송을 둘러싼 분쟁 문제는 방통위가 중재를 서면서 내년 1월까지 보류된 상황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백기자 bsunha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