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 미디어 정국의 불안요소로 급부상

클리어쾀, 미디어 정국의 불안요소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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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출시를 유도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연내에 마무리 될 예정이지만 유료 방송의 경우 그 진척도가 느린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 같은 입장은 클리어쾀 문제와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물론 방통위의 이 같은 입장에 유료 방송에 대한 금전적 지원 등을 명시한 내용은 없다. 이는 2015년까지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을 위해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요구했던 케이블 등의 입장과는 어느정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그러나 방통위의 클리어쾀 업계 자율 출시 결정은 사안을 교묘하게 흐리는 전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19일 방통위는 저소득층의 디지털 방송 활성화를 위해 클리어쾀을 업계 자율로 출시하도록 예정한다며 ‘자율’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는 사실상 정책적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클리어쾀은 두 가지 관점에서 위험요소가 다분한 ‘아이템’이다.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플랫폼인 것은 확실하지만 ‘친케이블식 미디어 환경 고착화’와 ‘미완의 디지털 전환 고착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클리어쾀 기술표준에 숨어있는 ‘꼼수 논란’도 한 몫 하고있다. 클리어쾀 기술표준이 지상파 PSIP 기준을 따르게 된다면 특정 SO가 지상파 채널 중간에 홈쇼핑을 마치 지상파와 동일한 채널인양 끼워넣을 수 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클리어쾀이 활성화되면 닥쳐올 부작용은 뻔하다. 국민은 저가의 케이블 상품에 발이 묶이는 한편 양방향 서비스 불가 등에 따른 여파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클리어쾀을 도입하지 못하는 다른 유료 방송, 즉 IPTV 및 위성방송의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클리어쾀은 논의 당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 사업자 편향성 논란부터 시작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는 비난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통위가 제조사와 케이블 사업자를 직접 연결해 해당 기술을 활성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반발은 극에 달했었다. 정부부처가 직접 산업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심각한 ‘편향 정책’을 펼쳤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러자 방통위는 한 발 물러나 ‘업계 자율화’로 클리어쾀 논의를 풀어나가겠다고 천명했으며 19일 입장 발표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언뜻 보기에 ‘업계 자율화’라는 말로 클리어쾀을 시장 논리에 맡긴다는 논리를 세운듯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정책적 지원’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위험의 소지가 다분한 클리어쾀을 방통위가 체계적인 지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방통위는 클리어쾀의 채널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여 다른 매체의 반발을 무마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그 채널 숫자가 유동적인데다가 핵심적인 인기 채널이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여겨져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동시에 방통위의 이 같은 입장표명을 두고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노골적인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 방안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방통위가 클리어쾀을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의 중요한 보루로 선택한 것은 심각한 패착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향후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의 강도가 점점 강해질 것이며 종국에는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방통위의 입장표명이 실질적인 클리어쾀 지원과는 온도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이는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클리어쾀 자체를 현실적인 논의의 장으로 열어둔 셈이다"고 진단하며 "한 마디로 클리어쾀을 ‘업계 자율’이라는 말로 포장해 ‘링’위에 선수로 승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종국에는 현재 국회에서 유료 방송을 지원하는 법안이 정식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나마 다양한 진영의 눈치를 살피던 방통위가 직접적인 클리어쾀 활성화 카드를 뽑아들 것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방안이 모두 포함된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방통위는 이 외에도 디지털 유료 방송 상품의 저소득층 요금감면 비율을 30%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전했으며 아날로그 TV로 아날로그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가입자가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3~5년간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로 변환해 재송신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방통위는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후에도 난시청 가구가 TV를 볼 수 있도록 지역민방 등 방송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방송 보조국과 소출력 중계기롤 추가로 구축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