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콘텐츠 정책, 누구도 만족하지 못해 ...

지난 정부의 콘텐츠 정책, 누구도 만족하지 못해
한국방송학회, ‘방송 콘텐츠 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의 과제’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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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지난 정부의 방송 콘텐츠 정책을 평가가 이뤄진 자리에서 방송사업자, 정책 집행자, 시청자 등 관계자 누구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한국방송학회는 4월 13일 오후 3시 한국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의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선 지난 정부의 방송 콘텐츠 정책을 평가하면서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기면서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방송 콘텐츠를 담당하는 부서만 3곳”이라며 업무의 중복과 이로 인한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또한, “정책 성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수정하며 정교화하는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송 콘텐츠 정책에 만족하지 못한 것은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난 정부는 명백히 유료방송과 통신사업자에 유리한 정책을 펼쳐왔으며 미디어를 도구화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실제로 콘텐츠 정책이 따로 있었냐”고 반문했다. 한류로 얼마나 벌었는지, 글로벌 시장에 얼마나 진출했는지 등 경제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뿐, 시청자가 질 좋은 콘텐츠를 보고 있는지 시청자의 권리와 후생에는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김유정 MBC 편성국 전문연구위원은 보수 정권하에서 이뤄진 ‘매체 균형 발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KBS의 <태양의 후예>와 tvN의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을 비교했을 때, <태양의 후예>의 시청률이 2배 정도였지만, 광고 매출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성과와 이용 지표라 할 수 있는 시청률과 광고 매출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매체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다른 방송사 간의 비대칭 규제로 인한 것이다. 김 전문연구위원은 “매체 균형 발전이라고 하는 정책적 수단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전문연구위원은 “정책 과제를 생각했을 때,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라는 것은 중간 광고 허용, 수신료 인상,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SBS의 <신사임당>이 7개국에서 동시 방영한 사례를 들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방송사에 막대한 손실을 주는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동시 방영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규제 완화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어린이 프로그램의 방영 비율도 낡은 정책의 허물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굉장히 제한적이던 시절 생겨난 비율 규제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관성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수익을 얻는 환경, 콘텐츠가 왕이 되는 환경이 이제야말로 온 것”이라며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그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정책의 실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