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시장은 2003년 이후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과거 지상파의 한류 드라마나 케이블 TV의 홈쇼핑과 같은 이른바 "Killer content"를 개발하지 못했던 방송계도 자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통해 방송 산업 육성방안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한류 열풍은 지속돼야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업자들 그리고 MPP들이 공동으로 해외 위성채널을 런칭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개별 방송사별로 단독 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지상파방송과 MPP 인기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방송한다면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주 및 유럽시장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방송이 해외 판매경험과 전문성이 있으므로 판권 및 저작권은 지상파방송사에 귀속하되, 프로그램이 아시아 시장에서 히트했을 경우는 독립제작사에게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계약 단계부터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지상파방송과 독립제작사 모두가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부 매니지먼트사와 스타들만 배불리는 한류 시스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신인 발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는 없는가 ?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디지털 다채널 프로그램으로 유아 및 10대 프로그램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 교육시장의 경제적 규모가 크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연간 20조원을 초과하는 과외시장이야말로 방송영역에서 침투해 나갈 수 있는 신규 시장영역이 아닐까? 국내 유아 교육 시장은 대입시장 보다 큰 시장이라고 한다. 성인 어학 프로그램, 부동산 중개사 등의 취업 자격증 프로그램, 초 중 고 학습 및 입시 프로그램, 유아 조기 학습 프로그램 , 대학생 취업 프로그램 등(공무원 시험, 교사 시험, 언론고시 시험, 공사 시험 등)을 VOD 및 소비자의 눈높이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상당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연간 방송시장이 10조인데 교육시장에서 3-4조만 유인해도 방송시장이 살아나지 않을까? 유아, 10대, 교육 등 영제너레이션과 주부들의 돈줄과 교육열에 틈새시장이 있지 않을까?
Beyond Broadcasting
이제 방송 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전략적 제휴 즉 차량 및 운송, 상거래, 금융, 교육 등 다른 시장 및 산업과의 융합 및 대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케이블 TV의 홈쇼핑은 유통, 상거래와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며 방송의 스포츠 프로그램은 스포츠와의 결합이다. 드라마는 영화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뉴스는 정치와의 결합이다. 필자는 20조 원 이상의 한국 과외 교육시장, 인터넷으로 이동한 10대, 유아 콘텐츠 시장, 게임 시장 등이 한국 방송 산업의 새로운 콘텐츠 영역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의 방송시장은 내수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는 글로벌 일류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미디어 산업은 내수시장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제 그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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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명품시장은 없는가?
국내 통신 산업(45조)이 방송 산업(10조) 보다 5배 가까이 큰 것은 사업자간 M&A로 이른바 빅 3체제, 종량제 요금 방식, 외국자본의 유입, 민영화 및 구조조정 때문이다.
수신료와 광고 수입만으로는 이제 방송재원은 전 세계적으로 고갈되어 있다. 돈줄을 통신요금 처럼 종량제로 전환해야 방송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국내 지상파는 무료시장이며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은 세계 최대의 중저가 시장이다. 국내 지상파 MMS 이나 케이블 체널들은 고급 명품 채널 대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나 국내 인기 영화를 동시 개봉하거나 의료 진단 프로그램을 월 10만원을 받고 개발할 수 있다.
지금의 콘텐츠, 지금의 요금구조로는 방송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플랫폼-새로운 콘텐츠-새로운 요금 구조"를 찾아야 지상파방송의 미래가 보인다.
정윤식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