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의무재송신 현안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2월 28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는 서울 가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공영방송 유료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서 케이블 측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언했던 지상파 재전송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발의가 이행되지 않아 사업자간 갈등이 계속되고 국민들은 시청료를 이중, 삼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KBS, MBC 등 공영방송 무료 의무재전송 입법화를 새정부 방송정책 1순위 과제로 선정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공영방송은 주파수 무료이용, 수신료 납부 등 많은 공적 자원이 투입된 사회적 공기(公器)인 만큼 당연히 국민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와 같이 지상파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전송료 등 케이블TV 기여분이 반영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정부,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같은날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터져나왔다. 이에 ‘2020 미래방송포럼’에 참석한 주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재송신 제도개선에 대한 결정 지연으로 사업자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보편적 서비스 성격 규정, 재송신에 따른 대가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주 교수는 “국민들의 지상파 방송 시청권 확보와 양 사업자의 이익균형에 기초한 시장질서 확립과 공존구조를 고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정부가 나서서 일정정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무재송신 현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감한 ‘돈 문제’가 걸려있는 재송신료 책정 문제 자체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에 터져나온 의무재송신 현안이 독임제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되는지, 합의제 방송통신위원회에 이관되는지에 따라 그 정책적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 방송사들이 의무재송신 문제로 지상파 방송사와 각을 세우면서도 현재 개별로 재송신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의무재송신 현안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케이블 방송사들의 맹목적인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과 그에 따른 슬로건인 ‘공영방송 유료화’라는 단어는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개인 사업자에 불과한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무료 보편의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여기에 단순한 무료 콘텐츠라는 개념을 대입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이에 지상파 전문가들은 28일 케이블 측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며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의 가치로 서비스되고 있으니 케이블 측에서 굳이 지상파 방송의 유료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 뒤 “이익을 얻기 위해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자사의 상품에 끼워넣어 팔아넘기는 케이블이, 이제와 공공의 이익을 논하는 것이 우습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