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현상을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컨버전스 현상을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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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현상을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 호 규

 

 기존의 인터넷과 이동매체가 결합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컨버전스 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의 컨버전스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에 어떠한 변화를 갖고 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필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 미래연구를 수행하면서 얻은 결과물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컨버전스와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관계를 설명하기 전에 과연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컨버전스에 대한 정의가 요구된다. 간략하게 정의하면, 컨버전스는 연결성과 이동성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수많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또한 물리적인 움직임이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컨버전스가 조성하는 디지털 공간(현재 회자되고 있는 가상공간과 유사함) 이 과연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실체가 있는 공간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시간은 사람들의 리듬과 관계가 있으며 공간은 사람들의 행위와 깊은 관계가 있다. 비록 테크놀로지 차원에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참여 행위(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전제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공간이다. 따라서 컨버전스가 조성하는 디지털 공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는 사람들의 실천적인 행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은 변하지 않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잠재태가 사람들의 실천 행위를 통해 현실화 된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디지털 공간이 나타나고 작동된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가상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상공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무분별한 말들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실명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사람들이 정제되지 않는 말들을 하는 이유가 가상공간에서의 익명성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1900년대 초에 근대인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근대인들은 잠재적인 방랑자(이방인)로서 오늘 와서 내일 가는 그러한 방랑자가 아니라 오늘 와서 내일 머무는 그러한 방랑자를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실질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이방인의 특징인 이동성은 어떠한 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단절시킬 수가 있다. 이렇게 이방인들은 가상공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그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닌다. 가상공간은 일종의 뷔페와 같이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뷔페식당에서와 같이 참여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음식, 즉 공간을 찾아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천차만별의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하고 유동적인 관계를 갖고 온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분리로 인해 개인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방랑자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네티즌들이 이방인인지 혹은 네티즌을 이방인의 행동을 보이게 하는 다른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이 컨버전스 매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자신이 갖고 있는 매체를 작동시킨다.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해 디지털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사람은 반은 인간이며 반은 기계의 사이보그로 전환된다. 예를 들면, 연필을 집었을 때 사람들은 연필을 갖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연필을 집고 있지 않을 때와 전 혀 다른 사람이 됨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작동시키면서 해당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가져다 주는 온갖 상상을 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만난 다른 사이보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지금까지는 분리되어 있던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커뮤니케이터가 하나가 된다. 간혹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착각을 한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여 무엇인가를 수행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내재하고 있는 규칙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음악회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을까? 정신병자일 경우를 제외하곤 아마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요구하는 규칙들을 성실하게 수행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커뮤니케이션 컨버전스 매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쉽게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이방인의 특성을 갖게 된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특성에 사람들이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명제 도입만이 책임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