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소셜 미디어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 자신의 X 프사(프로필 사진)를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로 바꾸며 유행을 따라갔을 뿐인데, 챗GPT의 유료 가입자가 450만명 이상 증가하며 2,00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생성 기능의 출시 1주일 만에 ‘지브리 스타일’로 제작된 이미지가 7억장 이상으로 효과 만점이 증명되었다.

이는 ‘챗GPT-4o’의 새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유행 덕분이다. 급기야 올트먼은 X에서 “사람들이 우리의 새로운 챗GPT를 활용해 만들어 낸 이미지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녹아내리고 있다”고 엄살을 부린 바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처음이 아니다. 오픈AI의 DALL-E를 비롯하여 미드저니, Adobe Firefly, Stable Diffusion 등에서도 가능했다. 이들 서비스는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을 지원했다. 물론 기존 이미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도구도 있었다. 바로 구글의 Deep Dream Generator다. 그런데 무슨 연유로 오픈AI의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의 반응은 이렇게 뜨거운 걸까?

출처: https://openai.com/news/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가지는 즉시성과 상호 작용성과 관련이 많다. 전 세계에 동시에 퍼지는 확산성도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지브리풍 이미지’ 유행의 파급효과는 샘 올트먼의 ‘오픈AI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듯하다. 오픈AI는 생성형 AI 선구자라는 브랜드와, CEO 샘 올트먼이 하루아침에 쫓겨났다가 투자 기업과 직원들의 반대로 바로 복귀했던 해프닝에서 얻게 된 인플루언서 효과도 작용한 결과이다. 혹자는 기술이 다르잖아요? 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물론 기술적 특징이 근간에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전파의 특성은 기술이 따라잡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전파되고, 사라진다는 점 때문에 기술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용된 기술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을 근간으로 한다. AI가 명령의 맥락을 이해하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로 변환하기 위해선 ‘토큰’ 단위의 학습 과정이 있다. 챗GPT 토큰은 2020년 3,000억개, 현재는 수조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학습 데이터에 애니메이션으로는 <짱구>, <심슨> 등이 그리고 화가의 작품으로는 고흐, 모네, 피카소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분야별로 다양한 패러디 영상물의 등장이 예상된다.
저작권법 위반 아냐?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지나친 저작권 보호 정책이 오히려 창작 활동을 위축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공지능과 저작권에 대한 고찰’ 보고서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작풍, 화풍 같은 아이디어가 유사할 뿐 기존 저작물과의 직접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 생성물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해석이다. 물론 AI가 저작물을 학습할 때 사전 동의가 원칙이지만 ‘공정 사용’에는 동의 없이도 학습이 가능하므로, 공정 사용의 취지에 대한 다툼의 소지는 남아있다. 또한, 최근 당근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앱에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어 준다는 판매 게시물이 올라와 제재하는 소동이 일어난 것도 참고 사항이다.
어쨌든 오늘의 주제로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와 미디어 비즈니스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특히 방송 미디어는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 광고료의 이탈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방송 미디어 컨버전스 측면에서 방송사가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챙겨야 할 요소들을 살펴본다.
필자는 오픈AI가 지브리 스타일로 창작물을 패러디한다고 해서, 지브리 원작자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창작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에,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도 수많은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는 소셜 입소문 효과를 더 발전하는 기회로 만들 것으로 본다. 잠시 지브리 열풍에 취하기보다 새로운 작품으로 인기를 이어가는 일은 창작자의 몫이다. 때로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콘텐츠 제작자는 그들의 장점을 개발하고, 흥행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연결과 마케팅의 몫이다. 성패는 사회 문화적인 현상과 경제 상황에 따라서 성공 비즈니스 차선의 폭이 달라진다고 하겠다.
방송에 적용해 보면, 방송사는 인물 인식 AI, 영상의 프리뷰와 분석 기능 등을 통한 실시간 AI 편집툴 개발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AI 스토리보드, AI 자동 편집 서비스, AI 다국어 자막 서비스 등을 제작 현장에 접목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또한 AI 활용 통계 분석 데이터를 제작에 반영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시청자 맞춤 콘텐츠 제공을 연구하고 있고, OTT를 포함한 유통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을 본업으로 삼는 방송 미디어에서 지금 해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작 역량 업그레이드 이외에 콘텐츠를 순풍에 띄워줄 요소를 소셜에서 찾아내기를 추천한다. 샘 올트먼의 ‘오픈AI 스타일’처럼 유행을 만들어 내는 전술도 가미해야 한다. 핵심은 낡은 지상파라는 컨테이너를 소셜이라는 쾌속 플랫폼과 결합해야 한다. 소비자의 심금을 울리는 놀라운 콘텐츠를 가졌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 속의 컨텍스트를 찾아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피버팅으로 방송 미디어를 혁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