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축하 파티

[칼럼] 실패 축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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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대아 빅차일드 대표] 2018년 한국 콘텐츠 산업 규모는 116조 원을 넘어서서, BTS로 대표되는 한류와 함께 명실상부한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콘텐츠를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할 때, 상업화된 사회에서 이 문화 또한 상업화될 수밖에 없지만, 이 상업화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해야 그 기반이 견고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되었고, 그 정점에는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가 있었다. 그전까지 게임은 집에서 혼자 즐기는 놀이였던 반면, MMORPG를 기점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함께 즐기게 되었다. 이 새로운 장르의 세계화를 선도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리니지’는 전 세계로 수출되었다. 하지만 리니지의 상업적인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MMORPG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며, 대부분의 개발사와 투자사들은 MMORPG 이외의 다른 장르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리니지 성공 이후 한국 게임 산업에서 MMORPG 이외의 다른 장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한국 게임 산업은 기형적인 성장을 계속 이어나갔다.

한국 게임 산업은 1998년 이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성장의 가려져 특정 장르에 편중된 한국 게임 산업의 문제점은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편중 현상은 엄연히 한국 게임 산업의 위험 요소로 존재한다. MMORPG가 대중화된 지는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으며, MMORPG는 이제 더 이상 대중적인 장르의 게임이 아니다. MMORPG는 무겁고 복잡하며 많은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서 특정 사용자층만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MMORPG는 한국 게임 산업이 먹고 살 수 있는 크기이긴 하지만 그 크기가 줄어드는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MMORPG가 문제가 아니라, MMORPG에 편중되어 있는 산업 구조가 문제라는 점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며,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건강한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산업 및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며, 모든 도전에는 시행착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실패에 너무나 가혹하며, 한번 실패한 사람은 낙오자가 되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 슈퍼셀은 ‘실패 축하 파티’로 유명하다. 실패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동안 배운 것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 파티를 연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개발하던 게임이 중단되면 개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경험은 공중 분해된다. 축하 파티는 고사하고 개발자들은 고용의 불안을 견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게임 산업의 현실이다.

게임 개발에서 실패는 새로운 자산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발상의 전환은 개발사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노력을 동시에 요한다. 투자사 스스로 게임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새로운 장르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의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영상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제작자와 방송사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넓은 안목으로 산업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수많은 새로운 도전을 용인하고 감내할 수 있을 때라야만 이 산업의 미래가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을 지탱하는 대들보는 MMORPG가 아니라 그 “새로운 도전” 자체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