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콕핏과 AI 스피커

[칼럼] 디지털 콕핏과 AI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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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오늘도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노력은 계속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무선 데이터통신 분야의 기술개발이 강조된다. 다른 한편은 미래 자동차가 열어줄 새로운 생활환경에 대한 준비이다. 자동차가 생활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콕핏’이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AI) 스피커라는 날개와 연결되고, 다시 콘텐츠 서비스 기술에 변혁을 부를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어울리는 미디어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칼럼은 ‘디지털 콕핏’을 확장하는 AI 스피커와의 연결을 살펴보고, 다음 칼럼에서는 디지털 콕핏과 AI 스피커가 만나 변혁을 부르는 콘텐츠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2016년 ‘하만’이라는 자동차 전장업체를 인수했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비즈니스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들의 행보는 ‘CES 2018’에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을 발표하며 신호탄을 쏘았다. 자동차를 더이상 ‘탈 것’이 아닌 삶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전장’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장치 부품을 뜻한다. 그리고 ‘디지털 콕핏’은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디지털 전자기기를 말한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유래한 단어인 만큼, 그냥 대시보드보다는 멋진 비행기 조종을 상상하면 좋을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의 운전석, 전방 영역은 자율주행차에서도 중요한 공간이다. 속도계, 내비게이션을 쳐다보면서 운전에 몰두하던 당신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이제 운전을 즐기지 말고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의 합성어)를 즐기라고 안내한다. 대형 디스플레이로 방송이나 영화 감상, 정보 검색을 하면서 이동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미 지난 3월에 하만은 전방에 49인치 QLED 디스플레이와 JBL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후방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도록 했다. ‘스튜디오 모드’를 설정하면 좌석에 설치된 카메라로 1인 방송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와 가장 효율적인 통신 수단은 ‘음성’ 기반이다. 음성 명령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그렇다. 당신의 생각처럼 AI 스피커다. 삼성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가 생각나는가? SKT의 ‘누구’, KT의 ‘기가지니’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그동안의 AI 스피커 시장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 탑재를 겸한 이동형과 별개의 기기로 동작하는 가정용 AI 스피커다. 전자는 구글, 애플, 삼성 제품이 해당하고 후자는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아마존(28.3%)이다. 아직은 가정용이 대세이다. 2위는 구글(22.6%), 3위와 4위는 중국 업체인 바이두(11.3%)와 알리바바(10.8%), 애플은 7.8%를 차지하며 5위에 머물렀다. 선두 아마존과 애플의 격차는 4배에 달한다. 아마존과 구글 두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움직이는 거실이라는 자율주행차에서도 자체 스마트폰이 없는 아마존이 1등을 달릴 수 있을까? ‘디지털 콕핏’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올라타는 AI 스피커 시장의 2차 전쟁이 기다려진다.

지금까지의 시장 점유율은 잊어라! 자동차는 글로벌 소비재이고, 넘어야 할 장벽에는 언어 지원 문제도 있다. 음성인식에서 지원하는 언어를 기준으로 줄을 세워보자. 2020년 초 기준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는 4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면서 압도적 1위이다. 2위는 21개 언어를 지원하는 애플 시리,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로 8개 언어를, 아마존 알렉사와 삼성 빅스비가 7개 언어를 지원하면서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AI 스피커 실제 사용률은 2019년 기준으로 아마존 알렉사가 82.8%로 1위, 구글 어시스턴트 46.6%, 이어서 코타나와 빅스비가 5.2%씩 차지하고, 애플 시리가 3.5%로 나타났다. 언어 지원 문제는 경쟁력의 결정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그저 미래 자동차의 등장이 아니다. 이쯤 되면 왜 구글이 ‘구글카’를 애플이 ‘애플카’를 일찌감치 개발하기 시작했는지 느낌이 온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2017년부터 자동차에 특화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도 준비하고 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의 카플레이, 아마존의 알렉사 오토가 그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생활과 문화를 바꿀 플랫폼으로 부상한다. 그래서 AI 스피커는 미래 자동차의 중요한 성장변수로 기대된다.

AI 비서의 역할이 커질수록 이용할 ‘인포테인먼트’ 기대 품질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 제품, 플랫폼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녹아들면 문화가 된다. 미디어는 새로운 것을 전파하는 중개자가 된다. 이처럼 ‘디지털 콕핏’이 불러온 변화에 AI가 결합하면 미디어 콘텐츠의 활용 방법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어질 것이다. 홀로그램 수준의 실감형 영상 콘텐츠일까? 라디오방송, 팟캐스트 같은 듣는 콘텐츠일까?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한 현실과 가상 융합 콘텐츠일까? AI가 영상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보고, 듣고, 읽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에 미디어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상의 나래는 다음 칼럼에서 펼쳐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