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지난 7월 한 방송사 유튜브 공식 계정에 해킹으로 의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방송사의 계정 여러 개가 검색조차 되지 않았고 계정 복구 후에도 해당 계정의 동영상을 다시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알고리즘을 통해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계정을 판단하고 계정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해당 계정은 정지 전에 암호화폐를 홍보하는 영상을 스트리밍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방송사뿐 아니라 개인 유튜버들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유튜브 계정이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의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 계정이 정지되었다는 메시지를 받는 유튜버가 종종 있다. 이는 유튜버에게 치명적이다. 애드센스 계정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계정 정지를 당한 전문 유튜버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다.
구글은 이러한 문제를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동화하여 관리한다. 전 세계 26억 사용자에게 노출되고 분당 5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를 자동화하지 않고 사람이 관리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관리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관리는 효율적이나 번복이 어렵다. 수십억 개의 계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듣고 해결하는 것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고 제한된 인원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방송사도 구글에는 수십억 계정 중 하나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알고리즘에 의한 결정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내 계정이 폐쇄되었는지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구글에 알고리즘은 경쟁력이고 수십 년간 구축해온 노하우이기도 하다. 광고를 통하여 30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구글의 입장에서 애드센스 광고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특히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급할 비용 결정 시 매크로 등을 이용해 조회 수를 조작하지 않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가이드라인 위반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계정이 정지될 수도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일급비밀이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제작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해커에 의해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계정 해킹 후 특정 계정에 로그인하여 위반 동영상을 스트리밍하게 되면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모 방송사처럼 계정이 닫히는 것이다. 위험하고 모욕적인 콘텐츠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 내용은 논쟁거리를 자주 올리는 유튜버를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적 이념이 다른 특정 채널을 지속해서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신고해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계정 폐쇄 혹은 광고 수익 창출 정지를 당한 콘텐츠 제작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한 상황에서 갑과 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국회 청문회나 입법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이러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구글의 CEO인 순다 파차이가 한국의 국회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할 리가 만무하다. 또, 비록 국내에 구글 코리아가 있지만, 대다수 중요한 의사결정이 본사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법으로 구글 본사의 의사결정을 제한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였다. 업계의 자율규제에 의한 해결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 방송 환경이 구글,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영향력이 커가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새로운 숙제인 것인 분명하다.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글로벌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토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