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넘어 구독으로

[칼럼] 광고를 넘어 구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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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가 구독경제라는 새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는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여는 구독 플랫폼을 보면서, 구독경제를 미래 인터넷 발전의 한 축으로 해석한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가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생필품, 장보기, 정기구독, 렌털, 명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힌 것을 보면 생활 주변의 쇼핑으로부터 확장해 나가는 구독경제를 준비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 단순히 ‘우리도 넷플릭스처럼’을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내 구독경제 시장을 어떤 서비스로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신문을 보듯이 일정 기간 구독료를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표준형보다는 맞춤형을 선호하고, 단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주는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구독경제의 핵심은 고객과의 관계 맺기다. 철저하게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성공하는 서비스다. 비대면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독경제를 보는 큰 그림의 시작은 2019년 애플의 시도가 서막이라 하겠다. 애플이 ‘애플 아케이드’로 구독에 승부수를 던지자 후발 주자인 구글은 ‘구글 플레이 패스’로 응수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월 4.99달러라는 동일한 요금제의 ‘앱 구독형 서비스’이다. 또, 미국부터 서비스 시작, 게임 우선형 모델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물론 구글은 게임에 추가로 사진 편집, 날씨 앱 같은 유틸리티를 추가했다. 결국 확장 아이디어는 열어놓고 시장을 준비한 것이다.

애플은 2020년 9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제품 판매형 기업의 틀을 벗어나, 구독경제의 중심 기업이 되겠다는 대전환을 보여주었다. 스티브 잡스가 염원해온 ‘애플만의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 잡스 사후에 가장 큰 혁신 방안이다. 그동안 맥 PC,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하드웨어 중심의 수익 모델을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 바로 애플 원(Apple One)이라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런칭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애플의 모든 서비스를 통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월 14.99달러에 애플TV플러스, 애플 뮤직, 애플 뉴스 플러스, 애플 피트니스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 상품으로 제시했다. ‘애플 세상’, ‘애플 월드 가든(Walled Garden)’을 위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도 준비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그레이하운드’를 애플TV플러스에만 제공한 것이다.

애플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드웨어 판매를 주력으로 할 때도 수익률 최강자였던 애플이 아닌가? 2020년 2분기 당시에도 하드웨어 판매 수익이 전년도 동기 대비 15% 성장을 보였는데 말이다. 이것은 그동안 애플이 보여준 폐쇄적 생태계의 포기일까?

애플은 교체 주기가 짧아지더라도 현실적으로 하드웨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비한다. 그리고 더 정교하고, 맞춤화되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의 시대상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우리는 애플 생태계가 구독 중심으로 전환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시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드웨어 매출과 구독료 수익 테이블을 놓고, 그들만의 수익 계산법으로 하드웨어 가격 정책을 만들면서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소비자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거대 IT 공룡 기업의 마케팅에 휘둘릴 우려가 생기는 이유이다.

애플이 구독경제 전환에 앞장서는 다른 원인도 있다.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3개 기업이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단말기의 강점을 그대로 가진 채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광고를 넘어서 구독경제로 수익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제 미래 인터넷 생태계에서 경쟁은 광고와 구독의 전쟁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광고와 구독이 상호 양립할 수 있을까? 방송 플랫폼에서는 방송을 보면서 광고를 소비하는 양립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시장,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서 이 두 가지는 양립하기 어려운 관계이다. 일례로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해 구독자가 되는 순간 광고 없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나 ‘멜론’, ‘밀리의 서재’ 등 디지털 콘텐츠 구독 서비스에도 광고가 없다. 소비자는 광고 대신 구독이라는 유료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구독경제로 디지털 수익 성공 모델을 구축한 ‘뉴욕타임스’에서도 나타난다. 구독 매출이 증가한 만큼 광고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이용자는 비 구독자로 남아서 더 많은 광고를 보면서 무료 이용을 고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기업은 광고료와 구독료를 동시에 챙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구독 모델’과 ‘광고 모델’ 중에서 어디에 주력해야 할까?

수익 경쟁의 2라운드는 애플 중심의 ‘구독 모델’과 페이스북 중심의 ‘광고 모델’의 싸움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타깃팅 광고’로 수익을 강화하고 있다. 타깃팅 광고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연령, 지역, 웹 방문 이력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처럼 페이스북 비즈니스의 가장 핵심 재료는 ‘고객의 개인 정보’인 것이다. 개인정보 이슈는 광고시장을 더 어렵게 하고, 애플과 페이스북 사이의 충돌 양상을 만들고 있다. 진정한 ‘고객 중심’ 서비스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시대성을 반영한 구독경제의 힘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