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6월 12일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을 전제로 하는 청와대 참모진 물갈이에 이어 6월 13일에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따른 중폭 수준의 개각이 단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 배경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첫 개각을 통해 국가 대개조와 국민 안전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이루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과 사회문화 부문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나가기 위해 경제부총리 등 7개 부처 장관을 새로 내정했다”며 “오늘 개각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가 내정자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께 제청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최양희 서울대 공대 교수 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2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 대변인은 “(최 내정자는) 창조적인 발상과 오랜 융합기술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미래 산업 발굴과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에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195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학교(ENST) 박사와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미래인터넷포럼 의장, 지식경제부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 비상근단원을 거쳐 2009년에는 안철수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전 맡았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적을 두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과 한국산업융합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서울대 공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 내정자는 정보기술(IT) 분야 간 융합에 적극적이고 리더십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평소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통한 다양한 산업과 기술의 통합을 강조하고, 네트워크 중심으로 인터넷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적인 IT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며 특정 대학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회 활동과 각종 정보통신분야 단체의 장을 맡아 지속적인 대외활동을 수행한 점도 장관 발탁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 내정자의 미래부 장관 발탁에 대한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최 내정자의 경력 중 특기할 만한 부분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초대 이사장직이다. 삼성이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출연해 만든 본 재단은 기초과학 분야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공익재단이며 작년 8월 미래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출범했다. 당장 일각에서는 역사가 짧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수행하며 미래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던 최 내정자가 개각을 통해 미래부 수장의 물망에 오른 부분은 미래부 산하 ETRI 출신의 최문기 현 미래부 장관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최문기 현 장관의 경우 미래부 산하 조직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공무원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추후 최 내정자의 조직 장악력에도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최 내정자의 행보가 지금까지 미래부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부분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삼성’이라는 타이틀이 최 내정자의 미래부 장관직 수행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거대 자본의 틀에 속해있던 인사가 유관부처의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는 점은 어느정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KT 황창규 대표가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점은 최 내정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줄 전망이다.
다만 최 내정자가 실무에 약하고, ICT에 특화된 공학 인력이라는 점은 방송정책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가 융합을 전제로 하는 기초과학, 특히 ICT 전반에 거쳐 손에 꼽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방송을 산업적 요소로 재단하는 미래부의 현기조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송정책의 중요한 협의 파트너인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관계 정립이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