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인 최양수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CJ로부터 고액의 골프 및 술접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채널 A는 12일 뉴스를 통해 ‘방송 공룡의 수상한 접대’라는 제목으로 공영방송 KBS의 이사인 두 교수가 CJ로부터 부적절한 향응을 받았다고 리포트하며 난데없이 “접대한 대기업에 유리한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지켜 보겠다”고 뉴스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채널 A의 이 같은 보도는 부적절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첫 번째로 KBS 이사와 방송법 개정안의 상관관계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채널 A가 언급한 방송법 개정안은 케이블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며 CJ E&M 같은 단일 MPP가 홈쇼핑을 제외한 PP 매출 총액의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현재 이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국회의 반대로 잠정 보류되고 있는 상태다. 즉, CJ가 정말 ‘로비’를 하고 싶었으면 뜬금없는 KBS 이사가 아니라 국회 문방위원 및 그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에 채널 A는 “두 교수가 KBS 이사직 외에도 방송법 개정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을 맡고 있어 접대 이유가 더욱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으나 그 직책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자문교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번째는 과연 ‘접대’ 자체가 성립 되느냐는 의문이다. 물론 두 교수가 CJ로부터 받은 ‘대접’은 채널 A의 보도와 같이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 넘는 규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영방송 KBS 이사의 직위에 걸맞는 적절한 처신이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이사회 의결 도중 두 교수가 CJ와 미팅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주장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 우선 두 교수는 CJ 관계자와 단독으로 만나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2003년 이후 10년 째 CJ 헬로비전이 열어온 ‘헬로 두모악 서밋’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리고 해당 교수들은 이 행사의 사전 워크숍에 초청된 상태였으며 10일 저녁 제주도에 도착한 후 룸살롱으로 이동해 오전 행사를 위해 먼저 도착한 교수들 및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CJ가 제공한 리조트에 묵은 뒤 다음 날 골프를 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두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CJ 워크숍 참여와 KBS이사 직무는 무관하며, 방송학계 전문가 자격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널A와 동아일보가 마치 KBS이사인 우리 둘에게만 방송법 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CJ 측에서 로비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악의적이고 심각한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장시간 끌어온 종합편성채널과 CJ의 감정싸움이 결국 두 교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하고있다. 사실 종편은 CJ의 영향력 확대를 불러올 것이 뻔한 방송법 개정안, 일명 ‘CJ 특별법’에 맹렬히 반발해오고 있었으며 일각에서 제기되던 ‘종편 매각설’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참이었다. 이에 CJ는 이례적으로 ‘종편 매각은 없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종편의 눈치를 살피는 작전으로 일관해왔다. 그런 기조는 이번 향응 파문에도 마찬가지다. 아직 CJ는 채널 A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대응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신문 지면을 통해 CJ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 중앙일보와 삼성의 특수한 관계는 물론, ‘유산 분쟁’이라는 다분히 자본주의적 성격이 짙은 ‘삼성-CJ’의 다툼이 종국에는 최양수, 최양묵 두 교수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