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봉기 SBS 편집기술팀 매니저]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 Inter BEE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개최되었다. 총 7개의 홀(Hall2~Hall8)에서 Video Production, Audio, Lighting 등 장비가 전시됐고, 각종 콘퍼런스(Inter BEE FORUM, Inter BEE CONNECTED, Inter BEE IGNITION, Inter BEE CREATIVE)도 진행됐다. 또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공간도 마련해 참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HDR,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시청자의 입장에서 비디오 영상에 보다 몰입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써 4K라는 고해상도와 더불어 다이나믹 레인지를 넓게 하는 HDR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디스플레이에서는 구현하지 못하던 한계를 넘어, 현실에 보다 가까워진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디테일한 표현으로 사실감을 강조한 영상미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ITU-R은 HDR TV에서 사용될 국제 표준을 제정했는데 기존에 상용화된 HDR TV에 많이 채택되었던 PQ(Perceptual Quantization) 기반은 물론 하위 호환성으로 방송계에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HLG(Hybrid Log-Gamma)도 포함되었다. ITU-R BT.2100-0 표준이 확정되었고 이제는 보다 구체화된 기술의 표준 제정과 그에 따른 HDR 방송 장비의 출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Inter BEE 2016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 잡은 기술은 HDR이었고, 많은 제조사에서 관련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시연하였다.
SONY는 ‘Beyond Definition’을 테마로 제작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초고화질(UHD) 방송을 송출하더라도 HDTV로 수신하는 시청자를 위한 하위 호환성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HDR 방송 제작/송출 시에도 SDR 시청자를 위한 시스템은 고려돼야 한다. 소니는 ‘HDRC-4000’ 유닛을 통해 자사 S-Log3로 촬영한 영상을 HLG 기반 HDR (4K/Rec.2020) 및 SDR (HD/Rec.709)로 Converting 시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는 Sky JSAT와 협업으로 Live 전송을 부스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LED 소자를 광원으로 하는 독자 개발한 고화질 CLEDIS (Crystal LED Display) 대형 220인치 디스플레이로 4K 영상을 구현해 많은 관람객들이 소니 부스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Canon은 ‘4K HDR BY CANON’을 테마로 HDR을 전면에 내세웠다. ‘DP-V2420’ 모니터는 캐논이 영상 엔진과 RGB 백라이트 시스템, IPS 액정을 적용했으며 HDR 규격인 SMPTE ST2084, HLG 등에 대응하고 고휘도 HDR 영상 제작을 지원하여 레퍼런스 모니터로 활용도가 높다고 담당자는 강조했다.
4K 카메라 지속 출시
4K 카메라는 이미 드라마 현장에선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보다 고품질의 영상미를 추구하고 휴대성과 편의성을 강조한 4K 카메라들이 전시됐다.
Canon은 ‘EOS C700’ 모델을 선보였는데 이는 시네마 EOS 시스템의 최상위 기종으로 기존 C시리즈 제품과 달리 사용자가 촬영 현장에서 Customize하여 사용이 가능하며 4K/60P의 영상을 본체에 녹화할 수 있다. 또한 Codex의 Recorder CDX-36150을 장착하여 최대 4K/120fps를 RAW로 저장 가능하다. 최대 15 스톱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지며 캐논의 Log 감마도 기존제품 라인과 동일하게 지원된다. 전문가용뿐만 아니라 DSLR 유저를 위한 EOS-1D X Mark II, EOS 5D Mark IV 등의 라인업 제품도 출전하여 호응을 끌었다.
SONY는 렌즈 교환 XDCAM PXW-FS7의 상위 기종으로 4K Super 35mm CMOS 센서를 탑재한 ‘XDCAM PXW-FS7 II’를 선보였다. 내년 초에 정식 발매 예정 제품으로 전자 제어에 의한 1/4~1/128까지 연속적인 ND필터의 농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리개를 고정한 상태에서 ND필터를 조절하여 파사체의 심도 변화 없이 최적의 노출값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Auto ND 기능으로 실내/실외 등 촬영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에 적합한 노출값을 자동으로 세팅할 수 있다.
Panasonic은 4K와 광전송을 지원하며 UHD/HD 출력을 지원하는 방송용 4K 스튜디오 카메라 시스템 ‘AK-UC300’을 선보였다. 지난 NAB 2016, KOBA 2016에도 출품된 제품으로 파나소닉이 새로 개발한 4K 센서를 탑재했고 두 개의 촬영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 있다. 하이 센스 모드는 F10, S/N 60dB를 구현 가능하며 4K 대형 센서는 별도 외부 어댑터 없이 2/3인치 렌즈 사용이 가능하다.
Video over IP의 생태계 준비
4K 전송 인터페이스를 위한 규격은 기존의 SDI에 기반한 3Gbps x 4와 12Gbps 그리고 IP기반의 방송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혼재해 있다. IP도 각 제조사 혹은 Alliance 별로 다른 규격의 제품군을 출시해 마치 춘추전국 시대와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SDI 특성상 4K를 넘어서는 8K 등의 지원은 쉽지 않아 보이고 거리상 제약 등의 단점이 있다. 반면, IP 인터페이스는 보안 등의 안정성 및 무엇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아직까진 시기 상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확장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빠르게 진일보하는 SMPTE 2022-N 기반의 제품군을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계측 장비 업체 Tektronix는 IP화 된 방송시스템과 SDI와 IP가 혼재하는 방송시스템에서 비디오/오디오/동기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미디어 분석 솔루션 ‘Prism’을 선보였다. 담당 매니저는 이 제품은 SMPTE2022-6 및 PTP (Precision Time Protocol)을 지원하는 Hybrid SDI-IP 프로덕션 환경에서 신호의 문제를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SONY는 ‘IP Live Production system’을 제안하여 IP기반의 제작 시스템 워크플로우에 초첨을 맞추었다. 자사뿐만 아니라 NEC, TOSHIBA, FOR.A등의 제품군와 IP Base로 연계하여 제작하는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이를 위해 SDI 인프라를 IP로 적용하기 위한 SDI-IP 컨버터, IP오디오 믹서 등의 장비가 활용 되었으며 IP지원 스위처인 XVS 시리즈도 선보였다.
Forum으로 진행한 ‘Method of IP live transmission proposals’에는 AIMS(Alliance for IP Media Solution), ASPEN(Adaptive Sample Picture Encapsulation), NMI(Network Media Interface), NDI(Network Device Interface) 등 각 진영을 대표하는 강사들을 초빙하여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다. 대다수의 강연자들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기술이 빠르게 채택되고 있으며 IP Base로 프로덕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Long term으로 보면 유연한 제작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PEN의 Mr. Mo Goyal은 현재의 고비용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며 방송이 과거 Tape에서 Tapeless로 진보했듯이 IP도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진보하길 기대하고 이것은 새로운 변화와 기회임을 언급하였다.
8K,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도약
8K를 탄생시킨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이기에 8K 시연 영상 및 기반 기술 장비를 관람 할 수 있었다. NHK 방송기술 연구소는 8K Super Hi-Vison 데모 영상을 선보였다. 미디어 전송 기술인 MMT(MPEG Media Transport)의 데모를 실시한 것인데 MMT는 영상, 오디오 등의 다양한 정보를 방송과 통신 회선에 동일하게 전송이 가능하다.
Panasonic은 8K Recorder ‘AJ-ZS0580’ 시제품을 선보였다. 방송용 반도체 기록 매체인 expressP2와 microP2 카드를 사용하여 8K 영상을 기록한다. VCR Deck와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었으며 관람객들은 Play, Jog 등으로 영상을 컨트롤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NAB, IBC와 더불어 국제적인 세계 방송장비전시회라는 타이틀을 가진 Inter BEE였기에 기대도 컸고 그만큼 실망감도 있었다. 규모와 관람객수를 비교해 보면 KOBA와 동일 수준 혹은 그 이하라고 판단되며 국제 전시회라고 하지만 영어로 번역된 자료 조차 찾기 힘들었고 관람객들도 대부분 일본 내국인이었다. 또한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도 SONY, IKEGAMI 등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이고 북미, 유럽의 장비 업체들은 최소한의 부스로만 구성해 출품한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Inter BEE 전시회장뿐만 아니라 도쿄 시내 곳곳에서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플랜카드를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전시회를 통해 4K/8K 방송에 대한 일본의 준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