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광혁 MBC 영상기술부 차장] 방송 미디어 및 엔터네인먼트의 제작, 관리 및 제공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적인 전시회인 IBC 2018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 전시장에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개최됐습니다. 15개 홀에서 1,700여 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 기간 중 필자는 17일~18일 양일간 참관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메인홀을 비롯해 가장 많은 7개 홀을 차지하고 있는 OTT 관련 기업들이 눈에 띄었기에 전통적인 방송 장비 외 OTT 관련 내용을 지면에 할애하려고 합니다. 또한 방송 장비에서 빠질 수 없는 카메라 및 기타 영상 장비, 제가 하고 있는 업무인 조명 장비 관련된 내용에 대해 느낀 부분을 쓸 예정입니다. 다만 제가 오디오, 카메라 관련 지식이 부족해, 이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뿐만 아니라 중국의 알리바바 등 많은 기업이 미디어의 생산, 관리, 유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투자, 개발에 힘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의 소비가 과거부터 이어진 TV, Radio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지상파, 위성 등) 외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이러한 방식으로 미디어를 공급하는 업체와 경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OTT 서비스 기업들은 플랫폼 구축 및 이를 통한 기존에 제작된 콘텐츠의 유통을 넘어 콘텐츠의 직접 제작에 투자하고, 자체적으로 결재 시스템을 갖추는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덤으로 자신들의 유통시스템을 중소 제작사나 배급사에 공급해 시청자들에 대한 빅데이터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IBC 참관을 통해 OTT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End-to-End OTT 서비스 제공 대형 업체뿐 아니라 각 노드에 특화된 업체들도 많이 참관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전체 서비스가 아닌 특화된 부분에서만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성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CDN 서비스 업체인 Akamai, Wowza 서버로 유명한 Wowza media system, JW player 등의 업체들도 제법 큰 규모의 부스로 참관해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및 모니터 시스템
사실 IBC 참관 전 많은 카메라 및 영상 장비 제조업체에서 8K 이슈를 중심으로 전시회를 참가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8K 카메라를 전시한 곳은 SONY 한 곳뿐이었고, SONY마저도 8K보다는 4K에 집중하는 듯 보였습니다. 4K의 또 다른 이슈 중 하나인 HDR10+와 HLG의 표준 경쟁도 카메라 대부분과 디스플레이가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에 따라 사용자 입장에서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보다 관심이 갔던 부분은 로봇 페데스탈과 같은 자동화 장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사들처럼 전 세계 어디나 미디어 시장에서 인력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일 방식이나 3D 맵핑을 이용한 모터 제어 방식의 페데스탈부터 로봇팔을 이용해 빠른 이동이 가능한 장치, 스파이더 캠 등 인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조명
딤머도 텅스텐도 없었습니다. 역시 대세는 LED였습니다. 과거 팀머와 텅스텐으로 유명하던 일본과 미국의 업체들은 이번 IBC에 대부분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무빙라이트 업체도 ROBE만 참가했습니다. 텅스텐, 할로겐램프에 대한 규제가 곧 시행되는 유럽에서 열린 전시회이기도 하고 IBC가 조명 관련한 큰 전시회는 아니기에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조명 장비가 LED로 전환되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현재 나오는 장비들은 대부분 CRI, TLCI가 95 이상인 장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LED로 넘어오면서 대히트를 친 ARRI의 sky panel 제품을 따라 한 패널형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특히 중국산 제품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Quasar Science가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Quasar Science의 LED tube를 취급하는 현지 업체는 있었지만 다른 장비들이 메인이라 살펴보기 어려웠다).
입사 10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간 전시회 출장이라 많은 것을 보고 오진 못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방송사 선후배님들이 이런 대형 해외 전시회에 참관해 단순히 최신 방송 기술뿐만 아니라 미디어 시장의 경향을 배우고 느끼고 올 기회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