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R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을 다녀와서

[참관기] HDR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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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병문 SBS 편집기술팀]

HDR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은?
이번에 방송기술교육원에서 실시한 글로벌 HDR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은 10월 7일부터 10월 14일까지의 일정으로 입국일과 출국일을 제외하고 총 5일 동안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교육은 미국 Los Angeles의 Burbank라는 지역에 있는 교육·렌탈 업체인 AbelCine에서 실시됐습니다. 교육을 맡은 강사 Kevin Shaw는 영국 출신의 컬러 그레이딩 및 HDR/ACES 강사로 1985년부터 Telecine Colorist로 활동했으며 1991년부터 컬러 그레이딩 관련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교육과 프리랜서 Colorist의 역할을 병행해 왔으며 2016년 Colorist Society International(CSI)이라는 글로벌 컬러리스트 단체를 만들어 전 세계 각 분야 컬러리스트들이 서로 의견과 기술을 나눌 수 있는 장을 열었습니다. 총 5일간의 교육 중 1, 2일 차는 HDR Colorist Masterclass, 3, 4일 차는 Color Design Masterclass였고 마지막 5일 차의 경우 Los Angeles 근방에 있는 색 보정 및 마스터링 납품 업체를 방문하는 외부 교육으로 진행됐습니다. 숙소는 교육 장소인 AbelCine로부터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으며 교육 기간 날씨가 좋아 도보 이동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등교길

HDR의 과거와 현재
방송기술인이 되기 전부터 취미로 해오던 사진 촬영 및 보정 작업은 종합 편집 및 D.I 업무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보정을 염두에 두고 Raw 파일로 촬영하기 위해 가벼운 주머니 사정 속에서도 고용량의 메모리카드를 구매해 Photoshop Lightroom으로 사진을 보정했습니다. 5년 전이었던 당시 사진 보정 과정에서 가장 심도 있게 고민했던 점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모두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한 장의 사진에서 보정을 통해 암부·명부 모두의 디테일을 살리는 일은 촬영 시 노출에 따른 정보 손실로 제한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미지 Tool을 이용해 노출값을 다르게 해 찍은 여러 장의 동일 구도 사진을 병합해 HDR 느낌의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HDR 사진은 일반적으로 찍은 사진과 다르게 명부와 암부 모두의 디테일이 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느낌과 달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온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부자연성은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DR 디스플레이에서 아무리 암부와 명부의 정보를 압축해 블랙과 화이트 사이에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해도 이는 원래의 정보를 왜곡한 것일 뿐 실제의 표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작업 방법은 High Dynamic Range Imaging이라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사진에서 이뤄지는 보정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디스플레이의 비약적 발전으로 보다 풍부한 다이내믹 레인지 표현이 가능한 지금, 영상에서의 HDR은 대부분 Raw 촬영과 Log 촬영을 통해 암부와 명부의 정보 값을 확보한 뒤 D.I단의 후보정 작업에서 완벽한 HDR 영상을 완성합니다.

HDR 디스플레이

다양한 표준, 각각이 가진 장점
현재 HDR 영상은 하나의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에 있어 여러 표준 중 하나를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표준은 크게 Perceptual Quantization Curve(PQ)를 쓰는 Dolby Vision과 HDR10, 그리고 Hybrid Log Gamma Curve를 쓰는 HLG 방식이 있습니다. PQ 방식의 경우 이론적으로 10,000 nits의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고안됐으며 사람이 느끼는 감각을 기반으로 Log Curve를 정립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HDR 표현에 우위를 보입니다. 하지만 SDR 디스플레이와의 하위 호환과 라이브 방송에서의 메타데이터 생성 문제로 아직은 블루레이 및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HLG는 BBC와 NHK에서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SBS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방송사가 4K 시험 방송을 시작으로 HDR 콘텐츠 제작 시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HLG는 태생적으로 SDR을 고려한 감마 커브로 PQ 방식에 비해 HDR의 다이내믹함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단 20%의 대역폭 증가와 생방송 시 제작이 용이하고, 별도의 장비 없이 SDR 디스플레이와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사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PQ 커브를 기반으로 한 Dolby Vision의 경우 12bit 기반의 Scene별 메타데이터 Tone Mapping을 통해 장면마다 퀄리티 높은 HDR 영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Dolby Vision은 Sony, LG, Vizio 등의 가전사에서 라이선스를 가지고 UHD TV에 적용 중이며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TV는 HDR10도 지원합니다. HDR10의 경우 로열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UHDTV에 적용돼 있으며 10bit 기반의 정적 메타데이터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삼성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HDR10+, 영화 산업 쪽에서 쓰이고 있는 Technicolor, Philips, Eclaircolor 등이 있습니다.

현장 실습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활용 중인 ACES
할리우드 영화 및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아마존의 콘텐츠 제작 시 많이 사용하고 있는 ACES는 Academy Color Encod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이 개념이 정립된 계기는 영화 제작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파생되는 D.I 작업 간의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각기 다른 카메라의 특성, 색 공간, 다이내믹 레인지로 야기되는 Scene별 이질감을 미리 만들어진 트랜스폼 매트릭스를 통해 카메라 기종에 따른 특성을 제거해 같은 색감과 색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이 ACES 작업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ACES의 색 공간은 각기 다른 포맷의 모든 색 공간을 포함해야 하므로 가장 넓습니다. ACES의 워크플로는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Ex Canon, Arri, Sony)로 찍은 영상 파일→IDT→ACES 편집·작업→RRT+ODT→Display의 순서로 이뤄집니다. IDT, RRT, ODT는 일종의 룩 업 테이블과 같은 트랜스폼 매트릭스로 이기종의 영상을 각기 카메라에 맞춰 ACES 색 공간으로 가져올 때 적용하거나 특정 디스플레이로 내보낼 때 사용됩니다. 현재 일분일초의 촌각을 다투는 지상파의 드라마 작업에서 ACES 워크플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아지고 더불어 제작 준비 단계부터 D.I실과 협업하고, 편집본에 대한 커트별 카메라 정보가 명확해진다면 국내 방송에서도 ACES 워크플로는 충분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단체 사진

마무리하며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변화의 선봉에서 다양한 측면으로 새로운 기술을 발굴·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방송 중인 지상파 UHD 방송이 가장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배로 커진 화면 스케일로 늘어난 파일 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스토리지를 증설하고 편집에 적합한 코덱과 안정적 방송 송출까지, 기술적 측면에서 다양한 고려와 노력을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예술적이고 심미적인 부분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HDR 컬러 그레이딩 작업은 딱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 애매모호한 특성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실시된 ‘HDR 컬러리스트 전문가 양성 과정’ 교육은 이러한 상황에서 가뭄에 내린 시원한 단비 같은 교육이었습니다. 먼저 1, 2일 차 교육에서 HDR 기술의 이론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단단하게 배움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HDR 기술의 다양한 스탠더드 때문에 방송사에서는 어떤 표준이 콘텐츠 제작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막연한 통념을 타파하고 각기 다른 표준이 가진 장점과 특성을 실제로 보고 판단해 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론적 부분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다양하게 HDR 작업을 했던 컬러리스트로부터 컬러 그레이딩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컬러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배우면서 각기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톤이 어떤 식으로 컬러 그레이딩 됐고 시청자와 관객이 느끼기에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주관적으로 어떤 Scene의 색 배합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도 컬러 사이언스라는 구체적·과학적 이유가 숨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작업자 고유의 창의력과 주관적 안목, 그리고 과학적 배경인 컬러 사이언스 이론을 결합해 현업에서 작업한다면, 더더욱 당위성과 자신감을 갖고 제작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